선거 직전 누군가가 야 당수 전화를 도청 서독판「워터게이트」사건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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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해 서독 정가에 76년의 해묵은 전화 도청사건이 뒤늦게 튀어나와 서독의「워터게이트」사건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기민당 집권 시절 국방상을 지낸 기독교 사회 동맹(기사당)이「요젭·슈트라우스」당수의 전화도청 내용을 타자용지 6강에 담아 최근 어느 인사가「쥐트·드이체·차이통」지에 발표함으로써 파문이 크게 번지게 된 것이다.
도청 기록에 나타난 부분은 76년 총 선거 작전인 9월28일 기사당의 기관지인「바이에르·쿠기어」지의「빌프리트·샤르나글」편집장과 가진 내용으로 이를 훑어 본「슈트라우스」당수는『잘못된 곳도 있으나 도청 당했음이 틀림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전화 내용이 도청된 시기는「슈트라우스」가 이른바「록히드」의 뇌물 제공사건과 관련설이 퍼져 선거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여기저기 대화내용이 생략된 도청 내용에는「록히드」란 말이 한차례 나오고 대부분 선거 전략, 신문 편집에 대한 의논 등으로 이렇다할 중대한 대화가 없는게 특징이다.
그러나 도청내용을 담은 용지의 윗 부분에『요·비밀』이라고 적혀있고 상·하단에는『G-10』이라는 도강이 찍힌 기록의 복사만이 공개되면서부터 문제의 핵심은 기록부의 진부에 집중. 물론 진짜라면야 헌법위반으로 큰 회오리바람이 일겠지만 현 단계에선 여러 가지 미심쩍은 점이 많아「미스터리」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쥐트·도이체·차이통」지는 대화 내용이 조잡스러운데다가 사진 복사만 쳐 놓고 『G-10』이라는 도장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아리송하다는 견해, 이 가운데 동독 등 제3국 정보기관에서 내보낸게 아닌가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전화도청이 빈번했다면서 연방 정보기관의 작용이 틀림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재 법의 테두리로 볼 때 전화도청이 가능한 기관은 연방수사국·헌법 보호 위원회·군 보안대 뿐. 공교롭게도 도청기록부의 문서양식이 74년에 폐기 처분된 연방수사국의 그것과 같기 때문에 아무리 내용이 졸렬하다 해도 연방수사국에 대한 혐의는 벗기 어렵다.
사건 후 며칠을 관망해온 서독 정부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20일 조사 위를 구성했지만 이 기록의 정체나 수수께끼 같은 배후인물의 폭로목적이 안개 걷히듯 밝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본=이근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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