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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권 → 주식 자금 이동" "유럽 연 11% 수익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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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마틴 스캔버그(左), 앨런 브라운(右)

선진국 증시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고민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지난해 너무 올랐는데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이 물음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대부분 일치한다. 올해도 역시 선진국이 좋다는 것. 둘째, 선진국 중에선 어디가 유망할까. 여기서부턴 의견이 갈린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너무 올라 지금 투자했다간 상투를 잡을까 걱정이다. 유럽은 오를 여지는 많은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느린 경제 회복 속도가 눈에 밟힌다. 지난 15~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슈로더투신운용의 아시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슈로더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수탁액 4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운용사다.

 “미국 경제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증시도 올해 꾸준한 성과를 낼 거라고 본다.”

 미국의 손을 들어 준 건 40년 경력의 앨런 브라운 수석고문이었다. 이유는 눈에 띄는 경기 회복세다. 브라운 고문은 “실업률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고 주택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경기 회복을 낙관했다. 풍부한 유동성도 장점으로 꼽았다.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인상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일찍부터 일어날 거란 뜻이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을 줄였던 세 차례 기간을 살펴보면 S&P500지수가 미국 국채 10년물보다 항상 높은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았다.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경기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은행 대출을 예로 들었다. 미국은 은행 대출이 2011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반면 유럽은 지난 2년간 계속 감소세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발표자로 나선 마틴 스캔버그 유럽주식매니저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운용을 맡고 있는 유럽펀드는 최근 3년간 30%가 넘는 수익을 냈다. 스캔버그 매니저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유럽증시는 앞으로 3년 동안 연 11% 정도의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가 근거로 든 건 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이었다. 주가가 지난 10년간 평균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배수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현재 유럽의 조정주가수익비율은 16배 정도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37배)의 40% 수준이다. 스캔버그 매니저는 “1980~2012년 조정주가수익비율을 분석해보면 유럽은 앞으로 1년간 13% 정도 더 상승이 가능하다. 3년을 놓고 봐도 연평균 11.7%씩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10% 내외의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 업종별로는 통신과 금융·유틸리티·에너지 기업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은 이 비율이 26배다. 스캔버그 매니저는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미국의 주가 수준으로는 3년간 연평균 2.6%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증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해 1만6000 선을 넘어섰지만 최근 1만4000 선 초반에 갇혀 있다.

도쿄=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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