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썰전] (34) 에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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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준으로 화장품을 고르나요. 대체로 베스트셀러, 즉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은 제품을 믿고 고르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물론 안전한 선택이긴 합니다만 숨어있는 보석을 놓칠 수도 있겠죠.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덜 알려졌지만 품질만큼은 자신있다는 4개 브랜드의 에센스를 품평했습니다. 결과를 한번 보시죠.

호호바씨 오일 성분 트릴로지
소엽 “스킨케어 받은 것처럼 탱탱”
경희 “에센스 아니라 그냥 오일 같아”

소엽= 바른 다음날 피부가 쫀쫀해졌다. 다른 제품은 수분을 채워준다면 이건 탱탱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다. 오일인데 바로 흡수되고 끈적임도 없다. 미세먼지에 바람까지 불어 피부가 예민해졌는데 가라앉더라. 피부가 편했다. 처음엔 양 조절에 실패해서 듬뿍 썼다. 그랬더니 스킨케어 받은 것처럼 피부가 좋아지더라. 패키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형수= 다른 제품보다 고농축 느낌이다. 뚜껑 열어보니 오일 냄새가 심해서 겉돌 것 같았는데 이 위에 수분크림 발랐더니 훨씬 흡수가 잘 되더라. 제품 자체로도 영양을 주지만 그 위에 크림을 덧발랐을 때 흡수력을 더 높여주는 것 같다. 스포이드 끝이 굴절돼 있어 쓰기 좋았다.

민희= 피부에 흡수되는 느낌이 가장 좋았다. 다음날 피부가 탱탱해진 느낌도 가장 강했다. 피부 빈 곳을 꽉 채우는 느낌이다. 크림 안 발라도 될 정도다. 원래 호호바씨오일 향을 안 좋아하는데 이 제품은 좋더라. 스포이드 형태라 2~3방울씩 쓰기 편리하다.

영주= 색이 너무 기름 같아서 거부감이 있었는데 발라보니 좋더라. 피부가 탱탱해진 느낌이었다. 굳이 비싼 페이셜 오일 안써도 되겠다 싶었다. 호호바오일 특유의 냄새가 나지만 별 거부감이 없다. 천연재료라니 더 신뢰가 갔다. 바르고 뽀루지가 없어졌다.

혜영= 처음엔 색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바른 다음날 피부가 차오르는 것처럼 탱탱해지더라. 하지만 매일 쓰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케이스가 불투명한 게 마음에 안든다.

경희= 오일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일로는 좋은데 수분 공급에는 부족하다. 또 지금같은 계절엔 아침에 쓰기에 부담스럽다. 나는 케이스는 마음에 들더라.

정= 제품은 진짜 좋았다. 향도 좋다. 다만 좀 뻑뻑해 권장사용량인 2~3방울로는 얼굴에 다 펴 바를 수 없었다. 저녁에 충분히 바르면 다음날 피부가 좋아지는 건 맞다. 바른 후 크림 흡수를 돕는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오일과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트릴로지 코큐텐 부스터 세럼
뉴질랜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국내에선 2년 전부터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마카다미아씨 오일과 호호바씨 오일, 토코페롤, 블랙커민씨 오일 등 천연 성분을 농축한 오일타입 부스터 세럼이다. 코엔자임큐텐이 항산화 효과를 낸다. 20mL 5만5000원.

해초 콜라겐 함유한 리리코스
정 “듬뿍 발라도 끈적이지 않고 촉촉”
형수 “고농축 기대했는데 묽어서 별로”

정= 일단 패키지가 좋다. 원래 화장품 개봉해서 1년 지나면 반 이상 남아도 다 버린다. 이건 어차피 딱 정해진 기한만 쓰니 좋다. 듬뿍 써야 일주일에 다 쓸만큼 양이 많더라. 듬뿍 발라도 전혀 끈적이지 않는다. 수분감은 확실히 좋다. 워터 에센스 선호하면 좋아할 제품이다. 여행 다닐 때 휴대가 편한 것도 장점이다. 다만 콜라겐 성분이 들었다는데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촉촉하게 흡수가 잘되지만 피부가 쫀쫀해지는 느낌은 부족했다.

경희= 난 수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눈 밑이나 미간에 잔주름이 생기는 게 수분이 부족해서라고 알고 있다. 다른 에센스에 비해 물처럼 묽은 건 맞다. 두 번 정도 눈가와 미간에 덧바르니 촉촉한 느낌이 오래 가더라. 처음 바르면 좍 흡수가 되는데, 덧바르면 피부가 쫀쫀해지는 느낌이다. 수분 공급용으로는 제일 좋다. 워터 에센스 바른 후 쓰면 더 쫀쫀하다.

혜영= 흡수가 너무 잘 돼서 더 발라야 할 것 같았다. 효과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 사용할 때 한번만 나뉘어진 두 내용물을 섞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사용 전에 계속 흔들어야 해서 좀 귀찮았다. 패키지는 좋다. 엄청난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리리코스 마린 콜라겐 V앰플
콜라겐을 집중 공급하는 제품. 콜라겐과 유액이 나뉘어 있는데 사용 직전 섞어서 사용한다. 콜
라겐은 자체 개발한 마린3D콜라겐으로, 해초에서 추출한 콜라겐과 히알루론산(보습), 진주
단백질 성분으로 만들었다. 유액은 수심 605m 해양심층수 사용. 패키지 안에 6병이 있는
데 1병(7g)을 5~7일 사용할 수 있다. 11만원.

소엽= 패키지 예쁘다. 그런데 묽어서 이 제품만 쓰기는 부족하다. 피부가 편하고 수분 충전에 좋다는 생각은 들었다.

형수= 앰플 타입이라 고영양·고농축 느낌을 기대했다. 그런데 묽어서 별로였다. 영양감이 떨어진다. 6개로 나뉜 병을 하나하나 깨서 쓰는 게 처음에는 재미있고 좋았다. 그런데 내 성격상 하나만 쓰고 나머지는 안 쓰게 된다. 또 7일 동안 다 쓰려면 줄줄 흐를 만큼 많이 써야 하더라.

영주= 패키지가 가장 좋았다. 계속 새 화장품 사는 느낌이다. 묽어서 기분 탓인지 좀 당기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민희= 지금이 한여름이면 선택했을 거다. 워터에센스처럼 묽고 가볍게 바를 수 있어 좋다. 에센스라기보다 스킨 같다. 흡수가 너무 빨리 돼서인지 얼굴이 당기는 느낌은 있다. 일주일마다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맘에 든다.

천연 성분 99% 멜비타
영주 “묽지도 과하지도 않아 산뜻한 마무리”
민희 “흡수 잘 안돼 뭉치는 기분”

혜영= 광채가 나서 얼굴빛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수분이 들어간다거나 피부가 쫀쫀해지는 느낌은 없었다.

영주= 품평 4개 제품 중 중간이었다. 트릴로지는 아침이나 여름에 바르기엔 과하고, 리리코스는 너무 묽어서 금방 날아가버리는 느낌이라면, 멜비타는 그 중간이라는 말이다. 마무리가 산뜻하다. 향도 은은하다. 색이 탁한 분홍색이라 싼 제품 같았다. 천연 성분인 건 마음에 든다.

형수= 난 향이 강해서 거부감이 좀 있었다. 두세번 쓰니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흡수도 잘 안됐다. 좀 밀린다. 언니는 써보더니 광채가 돌아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피부 좋은 사람에게는 괜찮을 지 몰라도 내 피부에는 흡수가 안됐다.

정= 처음 바르자마자 피부가 쫀쫀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참을 수 없을 만큼 향이 싫었다. 바로 씻고 싶을 만큼. 천연 유기농 제품이라 기대했고 실제로 건강해지는 느낌도 있는데, 저렴해 보이는 패키지와 향이 별로다. 내가 장미향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소엽= 가벼운 에센스의 마지노선이다. 이보다 더 가벼우면 피부가 당길 것 같은데 이건 가볍게 발리면서 피부를 편하게 한다. 안색도 잡아주고. 유기농 제품이라는 걸 인식해서인지 순하다고 생각했다. 난 향이 거슬리지 않았다.

민희= 난 향이 별로였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또 에센스라기보다는 로션 같았는데, 피부에 흡수가 잘 안됐다. 좀 뭉치는 느낌이다. 다음날 피부가 쫀쫀해지는 효과는 다른 제품 못지 않았는데 흡수력과 향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다.

경희= 나는 향이 굉장히 좋았다. 처음에는 장미향을 뛰어 넘은 진한 냄새가 났는데 쓰면 쓸수록 괜찮아졌다. 더 좋은 건 피부가 편하다는 거다. 흡수도 잘 됐다. 겉도는 느낌 없이 뽀송하게 마무리 되면서도 피부가 촉촉해진다. 오후가 되니 밀리는 느낌은 있더라. 여러 기초 단계를 안 쓰고 수분 제품과 에센스·크림을 한꺼번에 쓰고 싶은 사람에겐 좋을 것 같다.

멜비타 펄프 드 로즈 플럼핑 래디언스 세럼
천연성분 99%. 이중 21%는 유기농으로, 유기농 인증 기관인 에코서트와 바이오 코스메틱 인증마크를 받았다. 야생 장미꽃 등에서 추출한 성분이 광채와 항산화·탄력·유연 효과를 낸다. 30mL 6만4000원.

영월 서리태로 만든 한율
혜영 “바르자마자 건조함 한 번에 해결”
경희 “즉각적 효과는 좋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

혜영= 패키지가 좀 별로라 기대없이 발랐다. 그런데 피부가 말캉말캉해지더라. 효과가 즉시 나타나서 놀랐다. 워터에센스 후에 이걸 바르니 쫀쫀하고 촉촉해지는 느낌이었다. 주 성분인 서리태가 엄청나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해봤다. 건조함을 한 번에 해결해줬다.

형수= 생약 냄새가 좋더라. 설화수랑은 다르다. 품평한 네 제품 중 가장 고전적인 에센스 타입이다. 흡수 잘 되고, 그 후에 크림을 바르니 광이 나면서 얼굴색이 환해지더라. 에센스 효과로는 가장 좋았다. 그런데 투박한 패키지가 믿음을 안 준다.

민희= 트릴로지는 오일 같고, 멜비타는 로션 같고, 리리코스는 스킨 같은데, 한율은 딱 적당한 에센스다. 부드럽게 잘 발린다. 처음엔 향에 거부감이 좀 있었는데 2~3번 바르니 적응되더라. 다음날 촉촉한 느낌이 확실했다. 패키지는 마음에 안 든다.

영주= 패키지가 투박하다. 향도 별로였다. 홍삼 캔디향이다. 또 이 너무 가벼워서 건조한 느낌이었다.

소엽= 에센스로는 이 제품이 제일 좋기는 했다. 하지만 냄새가 도저히 쓸 수 없었다. 남자 스킨 냄새가 났다. 기본적으로 에센스 제품으로는 훌륭하다. 화장도 잘 받고 좋다. 하지만 향을 참을 수가 없겠더라. 그거 빼고는 서리태 들은 것도 좋고, 제품은 좋다. 바르고 나서 피부가 유수분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건강하게 광택도 돌고 당기거나 넘치는 곳도 없고, 피부도 편안하고 흡수율도 좋고 화장도 잘 받았다. 다 좋은데 냄새가 별로다.

정= 미백과 안티에이징 기능성 제품이다. 하지만 그만큼 충분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사용하기는 편했다.

경희= 냄새 때문에 힘들었다. 남자 한방 스킨 냄새다. 발랐을 때 효과는 굉장히 좋다. 바른 즉시 피부가 촉촉해지고 편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지나면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든다. 크림이나 오일을 꼭 덧발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율 서리태 안티에이징 에센스
서리태가 주 성분. 서리태는 10월 서리 맞은 후 수확하는 검은콩으로, 추위·건조 등 극한 외부 환경을 이겨내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곡물이다. 이 성질을 이용해 피부 방어력과 재생력 증진 효과를 낸다. 서리 맞은 날이 길수록 서리태 효능이 높아지는데 국내에서 서리 일수가 가장 긴 강원도 영월 생산 서리태만 사용한다. 40mL 6만원.

정리=안혜리 기자
섭외·진행=윤경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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