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대통령-일 후지TV 회견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카터」 미 행정부의 주한 미 지상군철수방침과 대응책은.
▲답=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주한 미군은 현 수준을 상당기간 동안 그대로 잔류시켜 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카터」행정부가 들어서서 금년 봄에 주한 미 지상군을 앞으로 4∼5년 내에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우리에게 통보를 해왔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이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렇다면 보완조치를 충분히 해준 연후에 지상군을 철수하겠다면 우리는 이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측의 약속이 앞으로 그대로 이행될 것이고 지금 우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위산업 계획도 대략 80년대 초에 완료될 전망이기 때문에 그 때에는 우리의 국방을 우리 자력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완조치의 전망은.
▲답=그 보완조치라는 것은 한목에 하는 것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다시 말하면 미국 정부가 말한 것처럼 지상군을 4∼5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것과 병행하여 보완조치도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약속을 했다.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명백히 약속한 것은 보완조치가 완전히 이루어진 다음에야 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이고 그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
-북한이 단독 침략해 올 가능성과 그에 대한 방위조치에 대해.
▲답=북한이 무력남침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여러 가지 주장이라 할까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항시 염려하고 또 경계하고 있는 점은 그들 배후에 있는 중공과 소련의 세력이다.
중공·소련이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과거에 월남전쟁의 경우를 보면 중공과 소련은 상당히 나쁜 사이였지만 계속 「하노이」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사태를 우리는 항시 경계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미국의 군사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여기에서 생기는 것이다.

<선별적 도덕외교 실행 의문>
-「카터」정권의 소위 인권외교에 대해.
▲답=문자 그대로 인류의 인권을 존중한다든지, 또는 신장하자는 그런 취지라면 아무도 이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권이라든지 또는 도덕외교라는 것이 미국이 자신의 어떤 기준을 일방적으로 남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 쓰인다든가 또 그것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어떤 일정한 원칙이 있으면 모르되, 원칙 없이 선별적으로, 가령 어떤 나라에 대해서는 이것을 적용하고, 또 어떤 나라에 대해서는 인권침해의 사실이 있는데도 모른 체하고 묵인하는 무원칙한 적용을 한다면 이것은 실효가 없지 않겠느냐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국민으로서 가장 중요한 인권이 무엇이겠느냐. 이렇게 볼 때 우리 3천6백만 국민들을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전쟁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우리 국민들의 생존과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바로 우리 한국으로서는 최대의 인권수호가 아니겠느냐. 우리로서는 그것보다 더 우선하는 인권은 현 단계로서는 존재하지 않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박동선 문제에 관한 한국의 기본입장과 금후의 전망.
▲답=나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박동선이란 사람은 지금까지 미국에 살아 있던 우리 한국교포이며, 또 미국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오래 살면서 미곡중개상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미국 정계에 있는 인사들과 관계가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말썽이 생겼다고 듣고 있다.
요즈음 이 사건에 대해서 우리 한국 정부가 미국 측 수사에 협조를 잘 하지 않는다, 비협조적이다 하는 말도 가끔 들리지만 그것도 사실과는 다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유지 문제에 대해.
▲답=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될 선결문제가 뭐냐하면 나는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도 남북간에 몇 번 대화가 있다가 지금 중단상태에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다시 재개시키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남북대화를 재개하자고 하면 북쪽에서는 언제든지 전제조건을 들고 나온다.
그런데 그 전제조건이라는 것이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아주 어려운 난제를 들이대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 한국 정부와는 대화를 안 하겠다. 현 정권이 물러나고 다른 어떤 정권이 들어서면 대화를 하겠다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또 현재 우리 한국에 있는 국내법 몇 가지를 철폐하라고 한다. 반공법·국가보안법 등을 철폐하라, 또 반공법·국가보안법, 또는 긴급조치에 의해서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을 전부 석방하라는 등의 요구는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이다.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 같은 요구를 내미는 셈인데 그것은 결국 그들이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그들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정치적인 통일은 먼 장래에 된다하더라도 남북이 우선 같은 동족끼리니까 완전히 문호를 개방해 보자, 또 비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 여러 가지 다각적인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 어떠냐, 그것도 쉬운 것부터 점진적으로 해보자, 또한 남북에는 언제든지 전쟁재발의 위험이 감돌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남북불가침 협정을 체결하자, 통일에 대한 모든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유엔」에 같이 가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등 건설적인 제안들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거기에 대한 대답은 언제든지 「노」였다.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의 제의를 거부해 왔다.
무력으로 남한을 공산화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기 전에는 대화해 봤자 그것은 전부 가면이고, 위장이며, 위장전술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방침에 대한 한국의 기본입장은?
▲답=그것도 또 하나의 「난센스」이다. 남북간에 분단된 민족이 우선 함께 이야기를 하자는데 대해서 같은 민족인 우리와는 이야기를 안 하겠다고 우리는 따돌려 놓고 태평양 건너 미국하고만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근본적으로 반대이며, 또 그건 실현성도 없을 뿐 아니라 미국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 또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을 미국 정부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성의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을 따돌려 놓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마치 「베트남」전쟁 때 「하노이」가 「사이공」정부를 따돌려 놓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해서 결국은 월남 전체를 공산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대화 해보니 속셈 달라>
-미국·일본과 북한간의 관계 개선, 그리고 소련·중공과 한국간의 관계 개선에 대해.
▲답=한국은 호혜평등원칙 하에 공산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에 대해서 문호를 개방하겠다. 그 대신 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모든 국가들도 우리에게 문호를 개방하라. 이것은 73년에 선언한 6·23선언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한가지 중요한 항목인데 이것은 결국 무슨 뜻이냐 하면 우리가 문호를 개방할 테니까 중공이라든지 소련이라든지 기타 공산국가들도 우리에게 문호를 개방하라는 뜻이다.
지금 일본 국내에서도 일본이 남한과 국교를 맺고 있으니까 북한과도 수교를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 하는 일부 여론이 있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일본이 북한에 문호를 개방한다든지, 수교를 하는 경우 중공·소련 등이 한국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고 수교를 하겠다는 전제라면 우리 한국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다트」-「베긴」처럼 남북관계에 극적 조치를 취할 용의는.
▲답=우리는 72년에 그런 것을 한번 시도해 보았다. 그때 7·4남북공동성명이 나오기 전에 막후로 저쪽하고 이야기가 되어서 내가 데리고 있던 중앙정보부장을 평양까지 비밀리에 집어넣었었다. 그때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하는 것이었다. 중앙정보부장은 사실 공산당 잡는 사람이다. 그를 저쪽 호랑이 굴에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때 우리는 북한측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이겠다, 대화를 할 뜻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의 뜻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모험을 한 것이며, 그 뒤에 공동성명이 나오고 남북조절위원회가 생겨서 대화도 몇 번했는데 뒤에 보니까 그들의 저의가 딴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들은 소위 그들이 말하는 적화통일을 하는 하나의 수단방법으로 대화를 이용해 보자는 저의를 가지고 대화에 응했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요즘 중동문제에 있어서 「이집트」의 「사다트」대통령이 적지에 뛰어 들어갔다는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일의 김일성 후계자 보도에 관해.
▲답=글세, 우리도 그런 정보를 듣고 있다. 아마 그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여하튼 자기 아들한테 「바통」을 넘겨주고자 하는 그 계획은 분명한 게 아닌가 보인다. 봉건시대의 세습 군주제도를 지금 공산국가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김대중씨 사건에 대해.
▲답변=지금 말하는 소위 김대중 사건, 즉 납치사건에 대해서는 한일간에 이미 결착이 났고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끝이 난 문제라고 본다.
국내적으로도 그 문제는 일단 끝이 난 문제이고, 지금 김대중씨가 구속상태에 있는 것은 그 문제와는 전연 별개의 사건이란 것을 여러분이 알아야한다.
그는 현행 한국의 국내법에 위반되는 범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재판을 받고, 그것도 우리나라의 3심 제도에 의한 재판과정을 다 거쳐서 최종 확정판결이 났기 때문에 지금 수감되어 있는 것이다.
-한·일 유착의 실체는 무엇인지.
▲답=한일관계가 잘 되어 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질시를 하고, 한일관계를 이간시키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이 헐뜯느라고 한일 유착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한일관계 이간을 위한 헐뜯는 소리가 아니냐해서 나는 이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이고, 또 실제 그런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와 일본은 동북 「아시아」의 평화 및 안정이라는 문제를 공동으로 추구해 나가는 동반자적인 입장에 있기 때문에 보다 더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일 일부 언론 편견 없어져야>
-일본에 한번 오시지 않겠는가.
▲답=언제 적당한 시기에 귀국도 한번 방문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있다.
-일본 국민에 전하고 싶은 말.
▲답=한일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나 또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이 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우리 두 나라가 앞으로도 더욱 더 협력하고 또 함께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야 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 내 일부 언론과 일부 인사들 중에는 내가 보기에 한국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되고 한·일 양국의 장래를 위해서 이런 편견을 불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도 들여다보면 좋은 점도 있을 것이고, 나쁜 점도 있을 것이며, 어느 나라 사회든지 밝은 데가 있으면 그늘진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 그런 것이 있는데 굳이 한국에 대해서만 언제나 그늘진 부분, 어떤 치부만을 자꾸 찾아내려고 하는 그런 자세는 옳지 않다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