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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은 최소로…지원은 최대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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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차 「문예 중흥」 5개년 계획이 내년으로 끝나고 79년부터는 제2차 5개년 계획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내년부터 제2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83년까지 기업인 등으로부터 모두 3백 50억원의 「문예성금」을 모금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백 박사=한나라의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학인 자신의 사명감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인 배려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위정자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개인이 문화의 「패트런」(후원자) 역할을 담당했던 예를 역사에서 많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이번 「문예성금」 모금계획은 정부당국과 기업인이 함께 문화의 「패트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데 뜻이 있겠지요.
그러나 이 같은 모금이 다소 타의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돈을 내는 사람이 스스로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야할 것 같아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우리 나라의 문예진흥정책의 특징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백 박사=우리 나라는 좀 늦게 시작됐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문화발전을 위해 적극성을 띠어 왔지요.
영국에서는 문예진흥정책을 문교성이 주도하고 있는데 모 영국의 문교장관이 얼마전 어느 국제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우리 정부가 문화계에 투자하는 것은 완충지대에 돌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겁니다.
이 말은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그 성과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문예진흥정책은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가령 1억원을 썼다면 1억원의 성과가 있어야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 문예진흥정책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백 박사=사실 74년부터 제1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된 이래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었다고 봐요. 특히 학술 및 국학부문에서의 성과, 그리고 원고료 지원으로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킨 것 등은 긍정적인 면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미 얘기한대로 문화정책을 정부의 일반적인 시책과 직결시키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반공정신이나 새마을정신 같은 것은 거의 생활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충분한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그 쪽으로 유도하려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할 위험성이 있어요.
-문예진흥정책과 관련하여 문화예술인 자신들에게도 수혜자로서의 문제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백 박사=예컨대 고료지원의 의도는 원고료를 올려서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좋은 작품을 나오게 하자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원고료 지원 이후 몇 년 동안 눈에 띌 만한 탁월한 작품이 없었어요. 그것은 근본적으로 문화진흥정책이 작가들의 창의성을 살려주는 쪽으로 인출되지 않았다는 데도 문제가 있지만 작가들의 정신자세에 허점이 있기 때문으로 봐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문예진흥정책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수혜자인 문화예술인의 정신자세와 정책의 핵심이 조화를 이뤄야한다고 보는데요.
백 박사=그렇습니다. 정부는 문화예술인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또 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하며 문화예술인들도 혜택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문화예술의 발전형태에 있어서 그들 자신의 존재의미가 무엇인지를 아는 일이 중요합니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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