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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교실도 못 고치는데 … 또 넘치는 공짜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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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상 통학버스 : 임혜경(부산), 무상 방과후 : 양형일(광주), 무상 교복 : 김석현(충북), 유아 무상교육 : 조희연(서울), 고교 무상교육 : 이본수(인천)·한숭동(대전)·서만철(충남)


6·4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조희연 후보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유아 무상교육을 선거의 큰 프레임으로 잡겠다”고 말했다. 현재 만 3~5세 어린이집·유치원(누리과정) 비용이 이미 지원되고 있는데도 무상교육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다.

진보성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지난달 16일 “저소득층 대상으로 시행 중인 부산지역 중학교 무상급식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하겠다”며 “고교 입학생에겐 교과서 구입비 10만원씩을 준 뒤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무상급식’을 이슈화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교육감 후보들이 각종 무상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무상급식·무상보육 같은 교육복지 사업에 예산이 쏠려 붕괴 위험이 있는 학교 건물조차 제대로 보수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새삼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교육청 예산을 운용해야 할 교육감 후보들부터 무상 시리즈 카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무상 공약 경쟁은 진보성향 후보들이 주도하지만 일부 보수성향 후보도 동참하고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후보는 무상급식 고교 확대안을 꺼냈다. 같은 지역 김왕복 후보는 무상급식을 진화시켜 아침밥까지 주겠다고 했다. 정찬모 울산시교육감 후보도 중학교까지 100% 무상급식 실시와 무상 유아교육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후보는 유치원과 고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했던 고교 무상교육은 이번 선거에도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이본수(인천)·한숭동(대전)·서만철(충남) 교육감 후보 등이 줄줄이 고교 무상교육을 들고 나왔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후보도 고교 수업료 면제를 내걸었다. 중학생 무상 통학버스(임혜경 부산시교육감 후보), 초·중학교 무상 방과후 실현(양형일 광주시교육감 후보), 중·고교 신입생 무상 교복 지원(정상범 대전시교육감·김석현 충북교육감 후보), 고교 교과서 구입비 전액 지원(김선배 강원교육감 후보) 등 공짜 형태도 다양하다. 체육복 구입비와 수학여행비까지 모두 지원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공짜 교육복지 경쟁에는 지자체장 후보도 뛰어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같은 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했다. 같은 당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는 초등 1학년 교재·교구비 무상 지원과 중·고 입학생 교복비 반값 지원을 약속했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워 도입한 무상교육 사업에 따라 교육 예산 쏠림 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만 봐도 곽노현 전 교육감이 2011년 1162억원으로 시작한 무상급식 예산은 올해 2631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도입된 만 3~5세 어린이집·유치원비 지원 예산 역시 첫해 2067억원에서 올해 5473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노후 건물 수리나 화장실 보수 예산이 포함된 학교시설 개선사업 예산은 2008년 6760억원에서 올해 801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붕괴 위험이 있어 재난위험 시설로 지정된 학교 건물이 전국에 121개, 서울에 33개가 있지만 예산이 없어 보수나 신축 공사를 못 하는 형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을 굵직한 무상교육에 투입하다 보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가 지난 16일 개최한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서울대 이봉주(사회복지학)·한국교원대 우명숙(교육정책학) 교수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교육복지 도입으로 저소득 취약계층에 투자되는 예산까지 감소할 수 있어 교육복지의 핵심 목표를 훼손하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내놓는 공짜 공약이야말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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