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추적 73일|두 노파 살해범 검거한 수훈의 5경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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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헌삼을 만나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범인 이헌삼을 검거한 서울시경찰국 형사과 강력계 소속 곽노명 주임「팀」중 강건일 형사의 말이다.
이헌삼을 쫓은 73일의 끈질긴 추적-.
잡고야 말겠다는 형사들의 끈기가 없었던들 국립경찰의 체면을 세워 준 쾌거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곽 주임「팀」이 충청도·경상도에 있는 제과점을 일일이 탐문 수사한 것만도 3백50여 군데.
곽 주임「팀」이 부산일대의 제과점을 집중적으로 탐문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지난달 27일.
다음날인 28일 부산에 도착한 곽 주임「팀」은 부산시 서구 부용동 원 여관 508호실에 여장을 풀었다.
29일부터 수사에 착수한 곽 주임「팀」은 그야말로 막연하기만 했다.
서울시내에는 가는 곳마다 붙어 있던 이헌삼 전단이 부산시내에는 흔적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곽 주임은 우선 형사 4명에게 서울에서 가져간 전단2천장을 가는 곳마다 뿌리도록 하는 한편 서구·중구·부산진구 등 형사별로 담당구역을 나누어 제과점을 탐문수사 하도록 했다.
부산 시내 제과점 1백여 군데를 찾아다닌 곽 주임「팀」은 12월2일 드디어 이헌삼이 일했다는 동래구 광안동 송죽제과를 찾았다.
곽 주임은 주인 김 씨로부터 범인 이헌삼이 11월26일까지 이곳에서 일을 하다 행방불명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 이후 이헌삼의 행적을 수소문해 보았다.
2일 동안의 수사에 허탕을 친 곽 주임「팀」은 4일 송죽제과를 다시 찾았다.
기억을 더듬은 김 씨로부터 범인 이헌삼이 없어지던 날 서울에서 양과 점을 하는 김 씨의 친구 오명섭 씨(27)가「크리스마스」 에 대비, 기술자를 찾기 위해 송죽제과에 들렀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이것이로구나!』
오랜 수사관생활에서 얻은 형사들의 예감은 정확했다.
주인 김 씨의 말을 토대로 오 씨 주소지를 확인한 형사대는 하오9시45분 마지막 서울행 완행열차에 올랐다.
5일 상오5시 서울역에 도착한 형사들은 미처 쉴 틈도 없이 마포구 망원동 송「도너츠」집으로 차를 몰았다.
비를 맞으며 1시간30분 동안「셔터」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형사들은 상오6시30분 문이 열리자 곧바로 이헌삼이 기거하는 지하실 방으로 급습했다.
『네가 이헌삼이지?』
형사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헌삼은『잘됐습니다. 오늘은 재수가 좋았군요』하며 순순히 두손을 내밀어 수갑을 받았다.
강 형사는『그 순간 너무나 반가와 이헌삼의 손을 잡고 10번쯤 악수를 했다』며 체포당시를 회고했다.
도봉구 수유동 두 노파 살인강도사건의 마지막 수사종결보고서를 쓰는 형사들은「어젯밤 기차 안에서 상복을 입은 상주들을 보고 오늘에야 이헌삼이 잡힌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이헌삼을 검거한 곽 주임「팀」은 경찰경력 10년이 넘는 수사계통의「베테랑」급들.
곽 경위는 60년 학사경사1기로 71년10월 국무총리표창을 비롯, 17번의 표창을 받았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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