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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 떠난 잭슨 음원으로 부활 팝차트 흔든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초 팝계의 두 거물 프로듀서인 엘에이 리드(L A Reid)와 팀버랜드(Timbaland)가 비밀리에 회동했다. 엘에이 리드는 1980~90년대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의 전성기를 이끌며 팝계의 실세로 군림한 명 프로듀서. 팀버랜드는 새천년 이후 빌보드 차트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히트 곡의 신’이다. 이 둘이 팀버랜드의 자택에서 만난 이유는 간명했다. 마이클 잭슨 부활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자는 것.

이름하여 탈출, ‘Xscape’로 명명된 마이클 잭슨의 사후앨범이 전 세계 팝 차트를 다시 한 번 요동시키고 있다. 13일 발매와 동시에 49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첫 싱글로 낙점된 ‘러브 네버 펠트 소 굿’도 첫 주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20위에 안착하며 상승세를 예상케 했다.

팝계에서 사후 앨범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의외로 흔치 않다. 예상치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장삿속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비로 진행된 ‘황제의 귀환 프로젝트’가 안정 궤도에 오른 것을 보면 다시금 그가 가진 대중적 파괴력을 실감케 한다.

이쯤 되면 마이클 잭슨의 음성을 어떤 방식으로 복원했는지 궁금해진다. 우선 이번 앨범에 수록된 정규 곡은 총 8개다. 그런데 8곡이 녹음된 시기가 다양하다. ‘스릴러’ 앨범 발표 직후인 83년 녹음한 ‘러브 네버 펠트 소 굿’부터 시작해 2000년 전후에 녹음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엑스케이프’까지 20년을 오가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잭슨의 성향과 앨범의 컨셉트에 맞도록 후기작에 포함시키기 위해 아껴 놓았던 미발매 음원들이 다양한 형태로 유족들에게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인 피아노 반주 위에 지금 막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느낌을 주는 데모 버전부터 전자음과 밴드 사운드까지 덧입힌 발매 직전의 음원까지 활용 가능한 자원들이 빛을 보길 바라고 있었다. 유족의 동의 하에 두 프로듀서가 달라붙었다. 그중에 곡의 완성도가 높고 특히 잭슨의 음성이 온전하게 담긴 노래 위주로 선정이 완료됐다.

가공 전 음원들의 시기 분포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엑스케이프’ 앨범을 듣다 보면 잭슨이 밟아온 음악 스타일의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다이애나’로 유명한 폴 앵카와 곡을 함께 쓴 ‘러브 네버 펠트 소 굿’은 70년대 알앤비를 재현해 가장 숙성된 잭슨의 온기를 보존하고 있다. ‘빌리 진’이나 ‘비트 잇’으로 대표되는 전성기의 재현을 목격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슬레이브 투 더 리듬’ 같은 80년대 스타일의 댄스곡이 마련돼 있다. 앨범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힙합 리듬의 ‘엑스케이프’에서는 다시는 접하지 못할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수록곡은 잭슨의 영광스러운 음악적 지점들을 파노라마처럼 연결시키고 있다. 이번 앨범의 최대 미덕이라 평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재창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프로듀서진의 노력을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다. 이번 앨범의 주인공은 단연코 마이클 잭슨이다. 유명 프로듀서가 대거 투입된 사후 앨범의 경우 각자의 개성에 치중한 나머지 일관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차트를 쥐락펴락하는 프로듀서 군단들이 이번 작업에 참여하게 된 본바탕에는 잭슨에 대한 존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의 생전에 함께 작업하며,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듣고 자라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 왔던 이들이다. 원곡을 최대한 살리면서 원작자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한 프로듀서의 고민이 사후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 힘이 된 것이다. 이쯤 하면 완벽주의자였던 마이클 잭슨도 후배들의 정성에 감복해 앨범을 듣고서 아이처럼 탄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글 홍혁의 CBS FM PD hyukeui1@nate.com 사진 소니뮤직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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