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병언 영장 … 검찰 "총책임자 도주는 조희팔 이후 처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6일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 입구에 구원파 신도들이 모여 있다. [오종택 기자]

검찰이 16일 오전 10시 소환에 불응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불과 4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법부의 판단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해 유 전 회장 일가를 압박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이날 “유 전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받는 대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유 전 회장이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자녀들이 잠적한 점과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이 핵심 피의자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했지만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뒤 해외로 도주한 조희팔씨 말고 최종 책임자가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이다. 계열사에서 사진 값과 상표권 수수료, 컨설팅비 명목으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을 빼돌리고, 440억원 이상 자산을 해외로 유출했으며, 100억원대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는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1000만~1500만원의 월급을 받은 점을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의 수입이 정당한 이유 없이 유 전 회장 일가로 흘러들어가 세월호 안전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천지법은 오는 20일 유 전 회장에 대한 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영장 집행을 위해 유 전 회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종교시설인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신도들이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수원 정문 주변엔 500여 명의 신도가 집결했다. 유모차를 끌거나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신도들도 있었다. 신도들은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거나 찬송가를 불렀다. “내 몸에 피가 터져도 끝까지 싸우겠다”거나 “순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미국 국세청(IRS)은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5일(현지시간) “혁기씨가 미국에 있는 구원파 교회의 헌금을 유용했다는 제보와 고소·고발을 IRS가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RS는 특히 혁기씨가 미국에서 8개 사업체와 종교기관을 운영하면서 탈세나 돈세탁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안성=이가영·채승기 기자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