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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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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의 혁신·개발은 교육의 현장인 학교 환경의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함은 당연한 요청이다.
그러나 경제의 고도 성장과 생활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교육 환경은 점점 더 낙후돼 가고 있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특히 겨울철 각급 학교의 이른바 「동태 교실」은 외면적 성장의 지수 뒤에 가려진 우리나라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올해도 초·중·고교는 태부족인 연료비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전히 추위에 떨며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초·중·고학생들은 그렇찮아도 과밀 학교의 「콩나물 교실」, 체위 이상까지 유발하는 책가방, 규격에 맞지 않는 책상·의자 그리고 등·하교길의 만원 「버스」 등으로 정상 발육에 이만저만 지장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여기다 한겨울철에도 난로 없는 교실에서 추위에 떠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이보다 더 비인간적인 처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오늘날 성인들이 일하는 사무실은 냉·난방시설을 비롯한 현대적 시설을 하루가 다르게 갖추어 가고 있으면서 유독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만 따뜻한 교실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성인들의 도리가 아니다.
이는 아동들이 아직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말해 주는 표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과의 내용이나 교수 방법이 아무리 개발되고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해도 교육의 상황이 이렇듯 비교육적 조건에 머무르고 있는 한 교육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국가의 정책적 비중에 있어서 교육에 대한 재원 배분의 우선 순위가 획기적으로 재조정돼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공 교육비는 학생 1인당 40「달러」선으로 선진국의 평균8백62「달러」에 비해 20분의1에 불과하다.
교육이 본질적으로 질에 관련된 것이라면 선진국 수준의 사치스런 교육 환경을 바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교육 투자에 있어서 마저 이렇듯 낙후된 상태를 방관하고서 어찌 세계와 어깨를 겨룰 인재를 기르는 교육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어린이들에 대해서만은 따뜻하게 월동할 수 있도록 월동 예산만이라도 충분히 배정해야 할 것이다.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은 8백95만9천명에 이른다. 엄동설한을 앞두고 연소한 이 집단에 대한 난방 대책은 추위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책적으로 배려돼야 하겠다.
예산 배정이 당장 불가능하면 방학을 일찍 실시해서라도 이들이 추위에 떠는 고통만은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
영하3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만 며칠 동안 난로를 피우게 하는 것은 독감의 유행 등 보건상 미치는 문제도 심각하지 않겠는가.
학교 교육 환경의 개선과 어린 세대의 학습을 위한 따뜻한 배려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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