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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자 분노 9·11 때보다 더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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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11테러, 동일본 대지진 때보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분노와 죄책감이 훨씬 더 큰 거 같습니다.”

 국제 심리치료 민간구호단체인 이스라에이드(IsraAID) 요탐 폴라이저(32·사진) 아시아지국장은 지난 12일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의 심리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는 테러나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와 달리 한국 내에서 일어난 ‘인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폴라이저 지국장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이 없으면 폭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에이드는 미국의 9·11테러, 아이티 지진, 동일본 대지진 등 대형 참사 때마다 심리치료단을 파견해 왔다. 폴라이저 지국장 등 심리치료 전문가 3명은 지난 10일 방한했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국내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치료사를 돕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비영리 시민단체(NGO) 굿피플과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인 요즈마 그룹이 이들의 방한을 도왔다. 폴라이저 지국장은 팽목항이나 진도체육관의 열악한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충격적인 뉴스가 24시간 계속되고 가족들끼리 분리돼 있지 않아 슬픔과 트라우마가 반복되고 전염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리치료사는 물론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이 우는 것도 자주 봤다”고 했다. 민간 잠수사나 119구급대원 같은 구조단과 자원봉사자들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울증, 불면증 등이 6개월 이상 이어지면 그게 바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고 말했다.

 폴라이저 지국장은 “피해자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고, 분노·슬픔 등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룹 심리치료나 그림·음악치료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에이드가 이스라엘에서 만든 ‘자식 잃은 부모를 위한 모임’을 예로 들었다. 이 모임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끼리 자연스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들은 이를 통해 고통을 나누고 억압됐던 감정을 표출한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 학부모들에게도 이런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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