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구하러 가야돼" 양대홍씨 끝내 주검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 ○○가 맞아. ○○ 엄마, 이제 집으로 데리고 가자.”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애타게 찾던 자식을 한 달 만에 찾았는데도 말이다. “시신이라도 찾아서 다행이다”라는 다른 가족들의 위로에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부인이 “○○가 맞아?”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남편은 고개만 끄덕였다. 세월호 침몰 30일째인 15일 오후 팽목항 부두. 사고 해역을 다녀온 실종자 가족 10여 명이 해경 경비정에서 내렸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자식을 찾은 부모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이제 찾았어. 그 추운 곳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울었다. 아직도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을 찾은 50대 남성은 “한번에 보고 △△인 줄 알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아내는 “친구 ○○ 바로 옆에서 찾았대. 둘도 없는 단짝이었는데”라며 주저앉았다.

 이날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46·사진)씨의 시신도 인양됐다. 양씨는 침몰 순간 아내에게 전화로 “나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돼”라는 말을 남긴 뒤 실종됐다. 양씨는 세월호의 고위 승선원 중에서 구조를 위해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다. 양씨의 시신은 16일 오전 헬기로 운구돼 인천 길병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날 팽목항은 오후 들어 기온이 오르며 한여름처럼 뜨거웠다. 더위 탓인지, 기다림에 지쳤는지 여기에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텐트 안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임시로 거주하는 가족 텐트 4개 동 중 절반은 텅 비어 있었다. 텐트 옆 가족 식당 천막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희생자 명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리 애는 아직도 못 찾았어요”라며 발길을 돌렸다. 그 말을 들은 남성은 의자에 앉아 쓴웃음을 지었다.

 텐트 안에 머물던 가족들은 밤이 되면 추위를 피해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옮겼다. 체육관에는 대부분의 가족이 떠나고 30여 명이 남아 있다. 민·관·군 구조팀은 이날 3명의 희생자를 찾았다. 지금까지 찾은 희생자는 284명, 실종자는 20명이다.

최종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