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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의 직장이 공판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공의 재판>
지난1년간 중공을 여행한 외국인들은 전국각지에서 처형 또는 범법 사실을 알린 방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현재 중공에서는 재판, 특히 사실심리는 법정에서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소속한 직장이나 주거지 등 「현장」에서 한다.
이 「현장재판」은 인민재판의 이념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중공에선 재판의 본질적 기능이 피고인을 포함한 민중에 대한 교육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
어느 한 피고인인 22세의 남자는 북경인민예술출판사의 인쇄공. 그는 76년11윌2일하오9시쯤 북경 동서여관 앞에 세워둔 「지프」를 훔쳐 달아나던 중 「트럭」을 앞지르려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여성을 들이받아 경상을 입히고 차에서 내려 도주하다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그의 재판은 피고인의 직장인 출판사의 강당에서 열렸다. 재판정의 장내좌석배치는 일반적인 법정과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재판장의 입정과 퇴정 때 모든 사람이 기립하지만 중공에선 그런 일이 없다. 아주 다른 점은 중공에선 검찰과 변호사제도가 없다는 것.
75년 검찰제도가 폐지되고 공안국(경찰)이 그 직무를 대신하고있다.
60년께부터 변호사제도도 없어졌다. 그러나 변호인은 있다. 변호인은 주로 피고인의 직장 동료나 이웃사람들이 맡는다. 물론 재판관은 전문가. 그러나 2명의 배심원은 직장동료가 맡는 점이 특이하다.
수갑을 차지 않은 피고인이 착석하자 인정신문이 시작됐고, 그것이 끝나자 재판관은 피고인에게 법정요원전원을 소개했다.
그리고 재판관은 피고인에게 『피고인은 변호권을 가지며, 법정토론이후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후 공안관에게 기소장의 낭독을 명했다.
기소장의 낭독이 끝난 후 재판관은 피고인에게 『자백한다면 관대하게 처분한다. 거부한다면 준엄하게 처벌될 것이다. 정직하게 정부·인민에게 자백하라』고 말했다. 민주국가의 법은 흔히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묵비권을 인정하는데 비해 중공에서는 「자백의 권고」로부터 재판을 시작한다는 것은 법질서운용의 또 다른 점이라 하겠다.
피고인은 모든 것을 시인했다. 재판장이 피해자의 증언을 들은 후 변호인이 피고인을 심문하고 그후 공안관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논고가 내려졌다.
이어서 변호인의 변호가 있은 후 재판관은 피고인을 방청석으로 향하도록 했다.
재판관은 방청인에게 의견을 요청했다. 수명의 방청인이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의견을 진술한 이후 재판관은 피고인에게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재판관은 방청석으로 뛰어들어 『어느 정도의 형벌을 부과했으면 좋겠느냐』고 방청인들에게 물었다. 방청인들은 조금전의 엄벌에 처해야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이구동성으로 관대한 처벌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양형까지도 대체로 의견의 접근을 봤다.
그러나 재판관과 배심원은 다시 신중하게 합의하기 위해 퇴정했다. 20여분간 합의한 후 재판관은 차상급 법원의 법관에게 그들이 내린 양형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런 절차가 끝난 후 재판장은 개정, 비로소 판결을 내렸다. 『북경시 중급인민법원을 대표해서 피고인에게 징역2년·집행유예2년에 공장에서의 보호감찰의 처분을 내린다』 피고인이 퇴정하자 재판관은 방청인들에게 이 사건에 관한 감상을 물었다.
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중들을 교육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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