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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강도는 붉은 벽돌 수준|12월부터 양산될「연탄재 벽돌」…그 경제성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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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탄재로 벽돌·「블록」·구들장을 만들게 된 것은 엄청난 물량과 품질로 보아 건축자재의 일대 혁신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탄재는 저지대 매립용으로 밖에 쓸모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그나마 최근에는 매립할 곳까지 바닥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도시의 커다란 골칫거리가 돼왔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서울시 토목시험소 홍정선 화학과장「팀」이『연탄재를 건축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을 서울시에 제출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이에 힘입은 서울시는 8월19, 20 양일간 연탄재 재활용「세미나」까지 개최했다. 이「세미나」는 의외의 반응을 일으켜 전국에서 22명의 연탄재 연구가들이 참가, 저마다 연구해온 실적을 발표, 공개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홍 과장은 연구가들 가운데 특히 한국경화벽돌주식회사의 박신호씨가 연탄재와「카바이드」를 혼합, 강도 높은 경량벽돌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과 자신의 견해가 같음을 발견,「세미나」직후 박씨와 함께 진관외동에 있는 박씨의 시험공장에서 함께 연구와 실험을 계속했다.
두 사람은 연세대 이희수 교수의 특허인「경화체 제조법」의 원리를 토대로 규산질이 50∼55%나 포함된 연탄재에 석회질을 첨가하여 고압의「스팀」으로 찌면 강도 높은 제품이 나온다는 결론을 얻고 연탄재와「카바이드」, 또는 연탄재와 석회를 8대2의 비율로 섞어 평당㎝당 1백㎏ 이상의 압축을 가해 벽돌과「블록」을 만들었다. 이 제품을 다시 고압부(「스팀·보일러」)에 넣고 섭씨 1백8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서 1∼2시간동안 찐 뒤 꺼내 시험해본 결과 적벽돌과 비슷한 평방 ㎝당 1백∼2백㎏의 압축강도를 가진 제품이 생산됐다는 것이다.
품질 면에서「시멘트」벽돌의 표준강도인 평방㎝당 50㎏ 보다 2∼4배까지 강하고 중량이「시멘트」벽돌의 2.4㎏ 보다 7백g 이상 가벼우며,「시멘트」벽돌의 경우 20일 이상 양생해야 하지만 연탄재벽돌은 제조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다량 생산할 경우 연탄재벽돌 1장 제조에 드는 가격은 원료비(수거운반비) 2원80전, 인건비 1원50전, 경비(감가상각비 포함) 2원20전, 연료비 50전, 전력비 20전 등 7원20전밖에 안돼 공장도 10원 미만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탄재 벽돌은 특히 중량이 가벼워 고층「빌딩」을 짓는데 적합하며,「시멘트」벽돌과 정반대로 열전도율이 낮아 방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한번 완전히 탄 것이므로 내화성이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배출되는 연탄재만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연간 1천만 부대에 달하는「시멘트」를 절약하고 60억원에 이르는 쓰레기 수거비도 아낄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서울시는 공장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부지 마련을 주선하고 공장까지 연탄재를 운반해 주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12월부터 가동할 한국경화벽돌주식희사의 경우 하루 5만장을 찍을 수 있는 시설비가 모두 5천 만원쯤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탄재 벽돌제조 공장이 여러개 세워진다 해도 연탄재의 분리수거가 시급한 문제로 남는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몽땅 실어다 공장까지 운반해주고 연탄재를 분리해 사용토록 한다면 쓰레기 공해가 확산될 것이므로 가정에서부터의 분리수거가 바람직하나 1백46만이나 되는 서울의 각 가정이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쓰레기를 종류별로 나누어 문 앞에 내놓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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