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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이어 피살로 구설수 생고생하는 「하인리히·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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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이근양 특파원】『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소설로 전 세계에 걸쳐 널리 알려진 서독의 「노벨」문학상수상작가「하인리히·뵐」이 또다시 정계와 언론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있다.
70년도 초반에도 과격파에 대한 동정론 때문에 한동안 심각한 고비를 넘겨야 했었던 「뵐」이 최근에 일어난 「슐라이어」경제인연합회장 납치살인사건이후에 다시금 지탄의 대상이 되어 궁지에 몰려있다.
「뵐」로서는 「슐라이어」사건이후 특별한 발언을 한바 없지만 과격주의자에 대해 동정적이던 평소의 지론 때문에 보수계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일부교수로부터 비판을 받고있다. 최근 「뮌헨」의 「퀵」이란 주간지가 대담하게도 그림을 통해 「뵐」을 공격, 「슐라이어」 납치범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규탄하자 72년도 논쟁의 불씨이던 「빌트」신문은 폭력주의의 「리더」라고 즉각적으로 뒤따랐다.
「빌트」가 속해있는 「슈프링거」계통의 「칼럼니스트」이자 자유「베를린」방송의 수석해설위원인 「마티아스·발덴」은 『죽음과 멸망은 왼쪽 골목과 「뵐」이 몰고 온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뵐」은 68년 「체코」에 자유사상이 물결칠 때 단신으로 「프라하」에 달려가「두부체크」를 지지한 이래 소련의 반체제작가 「알렉산드르·솔제니친」과 철학자 「안드레즈·아말리크」를 돕는 등 지식인의 자유보장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는 71년 국제「펜·클럽」회장으로 당선된 데 이어 다음해에 『숙녀가 있는 군상』으로「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권력형 작가」를 지향하고 있는 비난을 받아왔다.
현재의 입장을 봐도 사회각층의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자유「베를린」방송 및 해설자 「발덴」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재판도 계류 중. 더구나 서독인들은 장남 「라이문트」와 2남 「르네」까지 좌경분자로 몰아세우니 59세의 노경에 든 「뵐」로서는 만신창이인 셈이다.
현재 「아이펠」의 별장에서 창작생활에 여념이 없는 「뵐」은 그러나 『잠시 편안히 잠자겠다』며 담담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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