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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암 싸워서 이길 수 있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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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암은 지금 인류가 해결해야 할 최대 숙제다. 그 피해가 어느 것보다도 크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암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언제쯤 인류는 암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최근 미국을 비롯해서 선진 여러 나라의 20여개 암 연구소를 돌아보고 60여명의 세계적인 암 학자를 만나고 돌아온 본사 김영치 과학부장의 암「르포」를 『현대 병』「시리즈」로 오늘부터 연재한다. <편집자 주>
『다른 친구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나 「올레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암인데도 죽지 않았다. 추방생활도 이제는 달걀껍질같이 깨지려고 한다.』
「솔제니친」의 소설 『암 병동』의 끝 부분이다. 비참한 수용소생활에서 석방되었으나 「솔제니친」은 심한 통증으로 괴로움을 당해야만 했다. 위암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암 병동」에 입원하여 오랜 치료를 받은 끝에 그는 건강을 되찾았다. 『암 병동』은 바로 「솔제니친」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세계 도처의 암 병원에서는 매일 희비가 엇갈린다. 「솔제니친」처럼 새로운 삶을 찾고 퇴원하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끝내 암과의 투쟁에서 저 들것에 실려나가는 환자가 있다.
많은 환자들은 『나는 절대로 암이 아니다』고 몸부림친다. 환자도 불안하고 의사도 불안하다. 마치 반세기전 폐결핵에 대한 환자와 의사의 불안과 같다.
지금 전세계에는 적어도 1천만 명 이상의 새로운 환자가 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해마다 6백만 명 가량이 암으로 쓰러지고있다.
그런데도 암의 정체는 아직도 두꺼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환자나 의사나 불안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암을 추구하는 학자들은 최근 점차 낙관 논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l960년대에만 해도 암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구미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유방암의 경우만 보더라도 80%정도는 5년 이상, 심지어는 10년 이상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임파종의 경우는 더욱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소아 백혈병의 경우는 매년 치료성적이 극적으로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
미「휴스턴」의 「M·D·앤더슨」암 병원장인 「리·콜라크」 박사는 적어도 임상적으로는 암이 사형선고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지금 폐결핵을 두려워하는 환자나 의사가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항 결핵제의 출현으로 이제 폐결핵은 완치된다. 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늦어도 금세기 안에는 마치 폐결핵을 물리치듯 암도 퇴치하게될 것으로 믿고 있다.』
세계적으로 암 연구의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 국립 암 연구소(NCI) 소장 「프랭크·J·라우셔」박사는 멀지않아 암이 정복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기초과학자들이 암의 정체를 구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고 말한다.
암의 정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체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무정부주의적 특성이다. 사람의 유전명령계통대로 움직이지 않고 제멋대로 급속히 성장·증식하는 점이다. 그것도 사람의 세포 안에서 그 세포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성질이다. 또 하나는 암세포가 신체 다른 부위로 옮아가는 특성이다. 그래서 영국의 세계적인 암 학자 「리처드·돌」박사는 암을 가리켜 『인체의 악마적인 신비』라고 부른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세계의 암 학자들은 암의 정체가 될만한 실마리를 몇 가닥은 붙잡고 이를 푸는데 전력을 다하고있다.
현재 미국정부가 암 퇴치에 쏟아 넣는 돈의 액수는 연10억「달러」정도. 1971년 암 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그 동안 「아폴로」계획 투입했던 비용을 암 사업에 돌리게 된 것이다. 이는 미국 및 전세계 여론의 탓이다.
그러나 「아폴로」계획에 연간22억5천만「달러」를 투입한데 비하면 절반도 못되는 액수다. 그래서 미국의료계를 비롯해서 세계 암 학자들은 미국이 보다 과감하게 암 연구비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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