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어떻게 만들었나] 초안부터 盧대통령 언급 위주로 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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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첫 국회 연설문은 사실상 盧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그의 평소 의중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盧대통령의 각종 연설문 작성에 참여해온 청와대 윤태영(尹太瀛) 연설담당 비서관은 2일 "이번 연설문에는 盧대통령의 언급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연설문팀은 지난달 20일 국회 연설이 결정된 이후 盧대통령과 3~6시간 가량의 마라톤 회의를 네 차례 했다. 盧대통령은 회의 때마다 직접 메모해온 내용을 참모들에게 설명하며 의중을 전달했다고 한다.

통상 대통령의 연설문은 참모진이 초고를 만들면 대통령이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초안부터 盧대통령의 언급 위주로 작성됐다는 설명이다. 盧대통령은 지난 주말 이를 넘겨받아 여러 차례 직접 원고를 수정했다. 국회와 언론 등에 사전 배포될 원고의 인쇄가 끝난 1일 밤까지도 盧대통령은 최종 검토작업을 벌였다.

당초 연설문에는 새 정부의 분야별 개혁 플랜이 집중 포함될 계획이었으나 이라크 파병 동의안 문제가 첨예한 논란으로 떠올라 그 문제에 상당부분이 할애됐다.

盧대통령은 경제개혁과 관련해 "몰아치기.표적 수사 등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대목을 "(그런 수사는)하지 않겠다"고 바꾸는 등 실제 연설에서 배포용 원고의 세세한 표현까지 바로잡거나 내용을 첨삭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장 즉흥 연설'을 즐기는 盧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배포용 원고에 없던 KBS 서동구 사장 임명에 대한 입장을 장시간 설명했다. 오전 청와대에서 국회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메모한 내용을 즉석에서 끼워넣은 것이라고 한다. 연설장에 배석한 핵심 참모들도 미리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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