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룩셈부르크-총인구36만명이 「철강왕국」을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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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나라의 1%밖에 안 되는 소국「룩셈부르크」에 연산 1천2백여만t의 제철「그룹」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경이였다. 인구 36만명에다 총면적 2천5백86km의, 남북이 2백리(82km)정도에 동서가 1백40리로 「유럽」의 가장 작은 나라지만 대공국이라 한다. 「프랑스」·서독·「벨기에」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웃 못지 않은 경제적 번영의 바탕은 제철공업의 선구 「아르베드·그룹」때문이다. 『지난 세기에만도 우리는 가난 속에 허덕였습니다. 비옥한 농토는커녕 대부분이 산입니다. 그러나‥다행스럽게도 「프랑스」와 국경지방인 「로렌」지방에 탄광을 가져 오늘날 부를 이룩한 토대를 잡았습니다.』
서남부지방의 「유럽」굴지의 제철공장 「아르베드」(ARBED)의 작업현장을 안내하는 차 중 「브리핑」에서 선전담당 「장·폴·좌우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나라의 부원은 철에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아르베드」란 「뷔트바슈」 「에이슈」 「뒤드랑주」 3개 제철공장연합의 두 문자. 지금 국내공장만 연산 6백50만t을 자랑하는 「아르베드」는 그야말로 이 나라의 대명사였다.
인구가 우리의 마산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에 2만5천여 명의 종업원을 가진 대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국민1인당 철 생산량이 무려 18t 으로 「벨기에」의1·6t, 서독의 0·8t, 미국의 0·7t, 「프랑스」의 0·5t보다 10∼40여 배나 많아 세계 제1을 자랑한다.
「아르베드」의 생산량은 국민총생산의 24%를 차지하며 총 수출액의 65%를 담당한다. 해마다 12억∼18억「달러」수출액 중 항상 10억대를 이 공장이 담당한다는 것이며 무역적자와 흑자여부는 철 수출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작년의 경우 서독·「벨기에」·화란·「프랑스」·이태리에만도 약3백만t, 제3세계 권에 1백12만t 등을 수출했는데 이로 인한 소득은 국민1인당 1천「달러」를 넘어섰다. 전 노동인구의 43%를 차지하는 「아르베드」는 1838년에 창설된 1백4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불과 인구 19만여 명이었습니다. 포도주 도매상 「오귀스르·메르」가 농사만으로는 전 국민이 잘 살 수 없다고 역설, 「에이슈」지방의 석탄과 철이 생명이라고 외치며 「오귀스르·메르」회사를 설립, 1845년에는 1천t을 생산했습니다. 「뒤드랑주」지방에 새로 세운 제철회사를 1911년에 합병하여 오늘의 「아르베드」가 이루어졌습니다.
설명을 듣는 사이 「뒤드랑주」시내에 들어섰다. 인구3만의 소도시는 오랜 세월을 거친 탄가루로 회색 빛을 띠고 있었다. 이 공장 덕으로 그나마 전 주민이 번영을 누리기 때문에 공해에 대한 저항이 비교적 적고 공해방지시설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거대한 공장내부에 들어서면서 용광로를 비롯한 제철과정을 돌아보면서 불경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국내시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어도 97%의 생산품을 수출해야만 회사가 존립한다. 최근 일본을 비롯한 극동지역의 철제품이 「덤핑」(?)으로 도전(?)해와 타격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년에는 생산감소가 불가피합니다. 74년의 6백50만t보다 30%정도가 적은 4백30만t을 예정하고 있지요.
현재 1백여 개 지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있으며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은 자체 철광에서 50%의 원자재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모든 종업원들이 불황을 의식한 탓인지 파업 등 문제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점심도 틈나는 대로 잠시 하고 올만큼 열심히 라고-. 물론 노조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현재 종업원의 75%가 조합원이며 그 가운데 75%가 공산당 계이다.
용광로 앞에서 작업중인 「F·항크스」씨를 잠시 붙잡고 간단한 「인터뷰」
-몇 년간 근무했나?
『3년 동안 쇠를 녹여 용광로에 붓는 일을 했다.』
-8시간 노동제가 준수되는가?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경우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한다.』
-월급이 얼마인가?
『3만5천「룩셈부르크·프랑」이다(이는 약1천1백50「달러」이다). 식구가 처와 단둘이기 때문에 그대로 살수 있다.』
-기타 회사의 혜택은?
『물론 사회보장이 완벽해 병원비 등의 걱정이 없다. 그리고 「아파트」를 실비로 제공받고 있다.』
-차를 갖고 있는가?
『물론이다. 98%의 노동자들이 「마이·카」족이다』
-마지막으로 얼마나 저축하고 있는가?
『저축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만큼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며 조금 모아둔 돈도「바캉스」 때 모두 쓰게 마련이다.』
저축이 없다지만 사실상 이들은 저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편이 옳다. 왜냐하면 퇴직이나 교육이나 의료비가 모두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아르베드」는 현재 국내에 4개 공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서독의 「잉그베르트」, 「벨기에」의 「겐트브르게」, 화란의 「니메그」에까지 공장을 확장한 대「그룹」이 되었다.
외국공장의 생산품까지 합치면 연산 총1천2백37만t으로 최소국이 최대 제철「그룹」을 갖고 있는 셈. 『「룩셈부르크」의 경제는 바로 「아르베드」』라고 「룩셈부르크」인이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룩셈부르크 개황>
▲인구=36만명(76년)
▲면적=2,586평방km
▲GNP=1백98억「달러」(75년)
▲수출=1백65억「달러」(75년)
▲수입=1백80억「달러」(75년)
※76년 이후는 「벨기에」와의 「베넬룩스」동맹으로 통합지표만 작성발표.
[글 주섭일 특파원 사진 이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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