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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의 민족적 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 대통령은 본지초청으로 내한했던 「프랑스」 「르·몽드」지 「퐁텐」주필과의 회견에서 평화통일과 번영의 미래에 대한 신념을 표명했다.
한반도 통일방식으로 박 대통령은 북괴가 기도하는 「베트남」방식을 배격하고, 독일방식이 적합함을 강조했다. 전쟁정책과 혁명노선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과 교류,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조국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실현원칙으로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평화통일 3대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미 3년 전에 선명된 이 3대 기본원칙은 불가침협정 체결을 통한 평화정착,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문호개방과 신뢰회복, 인구비례의 자유총선거에 의한 통일의 실현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분단의 현실에서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여 민족의 대 단결을 가져오려면 그 외에 다른 길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우선 북괴가 고집하고 있는 「베트남」 방식을 검토해보자. 이는 결국 혁명과 전쟁을 통한 해결 방식으로, 물리적인 통일을 실현시킬 수는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보다시피 거의 한 세대가 절멸의 위험을 겪어야 할뿐더러, 그 과정에서 조성된 민족동질성의 파괴와 증오심은 후대까지 전승되고 말 위험이 있다.
그러한 반인간적 반민족적인 우행은 6·25 한번으로도 지긋지긋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택해야할 길은 평화통일의 길뿐이다.
평화란 원래 모든 세력·제도·개인의 통합에서 생기는 것이지, 어느 일방만의 노력에 의해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재 남북한간의 관계는 북괴의 전쟁정책과 혁명노선에 의해 상호 적대감이 증폭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북괴의 전쟁준비 강화가 우리측의 대응태세를 유발하고, 그러한 상호자극의 상승이 폭력에 의한 충돌가능성을 높인다.
당연히 이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불가침협정은 바로 그 묘방이라 할 수 있다.
평화협정이 전쟁의 사후처리 조치라면, 불가침협정은 미래지향적인 전쟁의 사전예방조치인 것이다.
체약 당사자와 무력 포기 내지는 불행사 의지가 그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평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남북한간에는 본격적인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인도·경제·사회적 교류와 협력이 실현되고 나면, 비록 통일정부가 수립되지 않더라도 분단으로부터 오는 민족적 고통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현재 동·서독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도 바로 이 길이다.
이 방식에 대해선 너무 오랜 시일이 걸리느니, 분단의 영구화를 조래할 위험이 있느니 하는 비난도 일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한 세대이상을 분단상태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언제 통일이 될지 막연한 형편이다.
상이한 두 체제를 평화적으로 결합시키는 대 역사는 아마 장구한 시일이 걸릴는지 모른다.
그러나 남북한이 처음부터 전쟁이 아니라 이 오랜 기다림의 길을 택했더라면 지금쯤은 통일의 전망이 눈앞에 다가왔을는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민족은 이 끈기 있게 노력하고 기다리는 길을 택해야만 한다.
우리의 평화통일 열망은 3대 기본원칙을 통해 이미 누차 천명된 만큼, 이제 남은 건 북한측이 민족의 양심으로 돌아오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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