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젊은이들의 의욕 살려야 경제도 산다"|삼성 이병철 회장-미 드러커 박사 환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단절의 시대』『보이지 않는 혁명』등의 저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문명비평가 「피 터·드러커」박사(미국 클레어먼트 대 교수)가 10일 상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을 비방, 3시간동안 오찬을 같이하며 환담을 나누었다. 「드러커」박사는 11일부터 열린 중소기업국제 회의에 특별 초청, 체한 중인데 다음은 이 회장과의 환담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이 회장=귀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 체제간에 어떤 우열이 있다고 보는가.
▲「드러커」박사=양 체제의 서열은 이미 역사적으로 판명 난 것으로 본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아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발전이 자본제 사회의 그것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경제 발전이 부진하면 안정된 정부를 가질 수 없게 되어 자연 사회주의 국들은 정치·군사적으로 독재에 흐르게 된다.
물론 자본제 사회의 자유기업주의에서도 대중의 압력에 민감하다는 약점이 있다. 선진 공업국에서 일어나고 있는「보이지 않는 혁명」도 바로 이에서 연유된다.
미국의 경우 연금기금 비중이 주식의 40%에 이르며 10년 내에 5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회장=귀하의 판단처럼 체제상의 우열이 분명하다면 현존 체제에 조만간 어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드러커」=소련 경제를 예로 들면 미국보다 오히려 소득격차가 격심하다. 체제적 비핵 율로 인해 소련 경제는 향후 5, 6년 안에 중대 위기를 맞을 것이다.
농업생산의 기반이 약화되어 집단 농장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인구구조에도 취약점이 있다. 동구권도 마찬가지지만 출생률이 낮아 인구 구조가 전반적으로 노후화 되고 있어 경제적·군사적 측면의 애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인구의 불균형이 어떤 형태의 모험을 야기 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이 회장=그것은 내부적 혁명을 의미하는가 또는 군사적 모험을 뜻하는가.
▲「드러커」=어떤 군사적 모험을 상정할 수 있다. 해양기지 확보 노력이 증가되거나 예컨대「페르샤」만에서의 군사적 모험이 시도될지도 모른다. 본인은 전혀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향후 10년간은 서구 사회로서도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본다.
▲이 회장=문제를 경제에 국한시킨다면 귀하는 금후의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드러커」=앞으로 세계경제는 보다 더「협동체제(Co-operative Structure)」로 지향할 것이다. 정경부합의 과거와는 달리 20세기 후반부터는 정경 불리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민족주의에 입각한 정치적 분리주의와는 반대로 경제 측면에서는 범 지구적 연대성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에 있다.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한 경제단위안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경영과 노동의 관계 변화나 지역적「생산 분화」(Production Sharing)추세가 이를 뒷받침하는 현상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생산분화는 자본·원자재·기술·판매 조직 등 각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협동체제」를 촉진한다고 본다.
▲이 회장=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낙관론으로 생각되는데 정치 또는 다른 측면에서의 장애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드러커」=경제적 협동은 정치나 민족주의 차원에서는 결코 진전될 수 없으며 경제적 차원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미국은 높은 교육수준 때문에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반면 남미에는 교육정도가 낮은 노동력이 풍부하다. 이것은 새로운 협동체제의 유용성을 의미한다.
▲이 회장=농산품을 비롯한 세계 자원문제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귀하는 어떻게 보는가.
▲「드러커」=기초 원자재의 가격 기복이 심할 것이나 석유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이는 비료가격과 연결되어 향후 10년간은 농산물, 특히 식량 가격의 인상이 예상된다. 반면 공업제품은 상대적인 침체를 계속 할 것이다. 때문에 농업생산 증대에 역점을 두는 것이 크게 유행할 것으로 본다.
▲「드러커」=최근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선진 각국의 수입 규제 장벽이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회장의 의견은?
▲이 회장=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계속 성장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드러커」=앞으로 한국 경제발전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가?
▲이 회장=첫째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구득난, 둘째 노임 상승, 세 째 시설 투자의 불균형을 들 수 있겠다.
▲이 회장=개발 도상국의 경영자들에게 특별히 광고할 만한 조언이 있는가.
▲「드러커」=먼저 이 회장께 질문을 하고 싶다. 본인처럼 귀하도 아마 27, 28세 때 첫 사업을 시작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 우리는 충분히 일하고 싶은 의욕이 넘쳐흘렀다. 그 동안 사업가로서 한국의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일할 기회와 보람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이 회장=본인이 가장 역점을 두어 온 경영방침도 바로 그 점이다. 나로서는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일할 기회를 주고 그들이 의욕과 보람을 살리는데 미흡함이 없도록 뒷받침하는데 노력해 왔다.
▲「드러커」=현대 경영에서 그 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이 회장=전적으로 동감이다.

<「드러커」박사 저서>
『산업인의 장래』(42년), 『새 사회』(50년), 『경영의 실제』(54년), 『성과주의 경영』(64년), 『단절의 시대』(69년), 『매니지먼트』(74년), 『보이지 않는 혁명』(76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