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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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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추곡수매가를 얼마로 할 것이냐는 앞으로의 양정 및 물가문제와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추곡수매가는 농가소득과 모든 가계지출간의 저울대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그 책정이 더욱 어렵다.
쌀을 생산하는 농가측에서 보면 쌀값의 인상에 의한 실질소득 보장과 생산의욕 증대를 바랄 것이지만 막상 쌀을 사먹는 일반국민의 입장에선 가계비의 증가·물가상승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에 모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재정에 의한 2중미가제를 쓸 수도 있으나 재정사정이 빠듯하고 이미 양곡적자가 8천9백억원에 이르고 있는 우리 형편으론 이중미가제의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중맥가제에 따른 적자만으로도 재정형편이 벅차, 「인플레」를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미가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농가의 소득보장과 물가안정이라는 2가지의 상충되는 요건을 추곡수매가로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므로 차선의 길은 이 두 요건에 가장 가까운 수준을 찾는 일이다.
농가의 실질소득보장을 위해선 쌀 생산비의 정확한 산정이 가장 선결문제이나 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추곡수매가는 다른 물가와의 형평을 찾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물가당국 등에선 금년의 실질물가 상승률인 GNP 「디플레이터」를 기준으로 해서 13%선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한다.
쌀값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물가당국에서 추곡수매가를 13%로 억제하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가당국은 70년 이후 고미가 정책에 의해 수매가를 계속 높게 책정, 농가 교역조건의 상당한 개선을 이룩했으며, 곡가인상으로 물가가 오르면 농가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상살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금년은 사상 유례없는 대풍을 이루었고 통일벼 쌀값은 1가마 2만1천5백 원으로 작년의 수매가 2만3천2백 원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물가나 양곡적자의 관점에서 보면 금년 추곡가는 그렇게 많이 올릴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매가는 경제적 계산만으로 책정할 수 없는 문제다. 수매가는 가격 지지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으로도 물가가 과연 정부발표대로 밖에 오르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도 있다.
추곡가의 책정은 쌀 증산 시책을 더 지속할 것인가, 농촌과 도시간의 소득격차는 어떻게 접근시킬 것인가, 그리고 또 장기적으로 보아 농촌 구매력의 증대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여러 측면을 감안하여 결정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물가안정의 부담을 농가에만 지운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형평에 비추어 온당치 못하다.
최소한 물가가 오른 만큼은 추곡가에서 반영돼야할 것이다. 물가도 단지 지수상의 상승률이 아니라 농촌임금 등 실질적인 상승률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추곡수매가를 올리면 내년 방출가의 상승과 물가자극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물가안정은 모든 부문에 걸친 정책적 노력의 총화로써 기대해야지 추곡가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문제다.
금년의 물가동요가 추곡가 상승→내년 방출가 인상→내년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평소의 지속적인 안정기조 견지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새삼 절감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금년의 대풍을 명목으로 추곡가의 인상억제에 의한 물가억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금년에 농촌노임·농지 값·영농자재 값 등이 무척 올랐다는 점에서 농촌에 일방적 부담을 주는 조처는 적극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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