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재배치법안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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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공업용지의 효율적 이용관리를 위해 공업재배치법(안)을 제정,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 한다.
공업재배지법은 수출산업 공업단지개발 조성법·공업단지관리법·지방공업개발법 등 여러 다른 법률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공장의 지방분산 등을 장기적 기본계획에 의해 체계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급속한 공업화 과정에서 공업입지의 적지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 때문에 공업의 지역편중과 공해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자유경제체제에서 정부가 민간의 공장건설 등에 대해 제약을 가하는데도 한계가 있지만 정부 자신도 공업의 적정배치문제에 그토록 신경을 안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미 공업의 편중문제는 심각한 상태에 와있으며 이의 교정은 상당히 힘든 형편이다.
최근에 들어 서두르고있는 수도권 공장이전 계획이 얼마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반월 공업단지 조성이 얼마나 시간과 비용이 들었는가를 상기하면 족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속적인 공업화와 생활환경의 정화를 위해 장기「비전」에 입각한 국토공간의 효율적 이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도 그런 인식위에서 공업배치 법을 마련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가 성안한 공업재배치법안은 공장 재배치와 지방분산을 위해 공장입지 등에 정부의 목자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있다. ①전 국토에 걸친 공업배치 기본계획의 수립실시 ③공장신설 신고의무와 상공장관의 권고·조정권한 ③공장용지의 과다고유에 대한 규제 ④공장이전 명령의 발동과 위반시의 영업정지 ⑥공업정비특별구역 안에서의 시설개수와 이전명령권한 ⑥민간자본의 공업단지조성 참여를 위한 공업배치기금설치 등 강력한 조정권한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공업지구의 획정에서부터 기존 공장의 보수 이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소불통의 권한을 정부가 행사할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법적 권한은 정부의 생각대로 공업의 적정배치와 국토이용의 극대화를 이룩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한편에서 보면 만약 정부가 계획수립이나 이전명령 등에 판단 「미스」를 했을 경우 엄청난 경제적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사실 이제까지도 공장입지 등에 정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나 결과적으로 공업재배치가 필요할 만큼 엉망인 것으로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특히 공업배치 기본계획 등의 수립엔 장기전망을 고려하여 결코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장을 어디에 짓는다는 것은 민간의 기업활동과 밀접히 관련된다.
현재의 공업입지가 이렇게 형성된데는 다 그 나름의 경제적· 제도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이런 여건을 무시하고 행정명령으로 공업입지의 이상형에만 맞추려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이 행정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있는 형편에선 더욱 그렇다. 공업재배치는 백지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공장의 강제이전명령은 민간기업엔 거의 사활에 관련되는 문제다.
따라서 일방적 강제명령보다 이상적인 배치가 이루어지도록 경제적인 유도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며 강제이전 때의 보상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또 정부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치가 기업의 상업「베이스」와 접근되도록 부단히 협의조정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공업단지의 과다소유 풍조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만연된 이상, 이익을 안주는 방향으로 접근돼야 할 것이다.
공업배치는 일단 한번 굳어지면 교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필요 때문에 서둘러서는 문제를 오히려 복잡하게 할 것이며, 다소 늦더라도 정확한 방향을 잡아 순리적인 추진을 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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