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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여유] 더존디지털웨어 김재민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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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전사적 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더존디지털웨어의 김재민 사장(金宰民. 51)은 히말라야 예찬론자다.지난해 늦봄 벼르고 벼르던 히말라야 트래킹을 2주간 다녀온 이후부터다.한국유니시스 사장직을 물러나고 야인(野人)생활을 할 때였다.

그는 4천m 급 고산준령을 오르내리는 험한 코스를 매일 12시간 이상씩 쉬지 않고 걸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때론 진통제를 먹으면서도 안나푸르나 지역과 에베레스트 지역을 트래킹했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하얀 만년설을 머리에 쓴 채 위용을 과시하던 에베레스트 로체봉은 아마 영원히 있지 못할 겁니다.자연의 거대함을 느끼면서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이후 더존디지털 사장으로 다시 경영을 맡으면서 과거보다 여유를 가지게 됐습니다."

감동이 컸던지 金사장은 네팔에 다녀온 이후 주변 사람들을 히말라야로 보내는데 열심이다.지금까지 몇이나 그리로 보냈는지 모른다.

金사장은 틈만 나면 산에 오르는 산꾼이다. 고교(경복고)시절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 햇수로 40년에 이르니 '꾼'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金사장이 국내에서 자주 찾는 코스는 치악산 성남~구룡, 덕유산 향적봉~남덕유 , 설악산 십이선녀~서북릉, 소백산 구인사~희방사 등 산꾼이 제일 좋아한다는 종주코스다. 1997년에는 백두산도 다녀왔다.대개 혼자 산행을 하는데 "산에 오를 때면 머리가 맑아지고 서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아무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서" 라고 한다.

김재민 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에너지가 넘치는 최고경영자(CEO)라고 부른다.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거나 옆에 있기만 해도 그 에너지가 전달돼 새삼스레 삶의 의욕이 북돋워질 만큼. 그는 그런 에너지의 많은 부분이 주말마다 오르는 산에서 받아온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좀처럼 짜증내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힘든 여정일수록 맛보는 감동도 큰 것이 산을 오르며 터득한 진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오는 여름에는 '죽은 자의 안식처'라는 뜻을 가진 말레이시아 보루네오섬에 있는 4천95m의 코타키나발루산을 등반할 계획이다. 그 생각만 해도 그는 신이 나고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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