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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자에 대한 수용 권 부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토지 등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수용·사용·제한의 범위와 수용주체가 날로 늘어나는 형편이다. 관광공사에 관광시설을 위한 토지 등의 수용·사용권을 부여하려는가 하면, 농지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사유지를 국가가 강제 매입하는 법개정도 추진중이다.
심지어는 민간주택 건설업자에게까지「아파트」지구의 토지수용 권을 주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을 정도다.
공익상 필요를 내세운 사유토지에 대한 이 같은 수용사태를 어느 장관은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대지와 농토 이외의 토지에 관한 한 국가소유의 공 개념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시기에 토지뿐만이 아니라 재산권 일반에 대해 절대성을 주장한다면 그야말로 시대착오일 것이다.
이러한 절대적 사유재산권 개념은 l919년의 독일「바이마르」헌법이래 정통 자본 제 국가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재산권의 근거는 단체주의 적 사상 내지 사회적 법치국가의 입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의 헌법도 이러한 기초 위에 서 있다.
이러한 제도하에선 사유재산제도는 보강되지만,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하고 또 공공필요에 의한 제한에 따르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일 뿐, 토지를 국가소유의 공 개념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사유재산제도가 보장된 이상 이러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이라 해서 무한정한 것은 아니다. 사유재산제와 공침의 조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재산제와 공익의 조화점이 바로 사유재산권 제한의 공공성과 적정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그 공공성의 기준으로 우리나라 헌법 32조2항은 국가안보와 질서유지 그리고 공공복리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들 개념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내포가 달라지는 시대적 개념이다.
또 같은 목적이라도 수행하는 주체에 따라 공공성의 정도가 달라진다.
주택난이 시급한 상황에서 택지의 조성과 주택의 공급은 공공복리란 차원에서 공공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업주체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민간업체가 들어설 경우, 그 공공성은 영리추구란 기본성격에 눌려 말살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유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이 공공성을 지녔어도 그에 대한 보상이 적정치 못하면 조화는 깨어진다.
사실은 재산권 제한의 공공성이란 문제보다는 항상 이 보상의 적정여부가 더욱 문제되고 있다.
보상에 관한 우리의 헌법규정은 제헌당시「상당한 보상」이 4·19이후「정당한 보상」으로 바뀌었다가 유신 이후에는 완전히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헌법의 표현이 바뀌게 된 데는 그때마다 정치적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개정당시의 정치적 의도 여하간에 우리나라가 사유재산 제도를 보장하는 한 법 해석론 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전체를 위해 특정인에게 가해진 특별한 희생은 전체의 부담으로써 보상하는 것이 정의와 공평에 합치한다는 원리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당한 보상이든, 정당한 보상이든, 또는 법률에 의한 보상이든, 그 보상은 사회적 정당성이 결여되어선 안 된다.
특히 피 수용자가 경제적으로 약자라든가, 그 재산이 피 수용자의 주요재산을 형성할 경우에는 완전한 시가보상만이 사회적 정당성을 살리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사유재산권의 수용범위 확대에는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 더구나 주택건설업자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민간업자에 대한 수용 권 부여는 원칙적으로 삼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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