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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신비 덩어리] 4. 점점 더워지는 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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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지난해 5월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 등정팀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올라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50년 전 처음 인간이 정복할 당시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2주 동안 살펴본 뒤 작성된 이들의 보고서에는 "빙하는 정상 쪽으로 완전히 후퇴했고 녹아 흘러내린 물이 고여 히말라야산맥 40군데에 예전에 없던 호수들이 생겨났다"고 기록됐다.

매년 봄 네팔 국민들이 홍수 피해를 보는 이유도 히말라야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백년간 지표 평균기온이 섭씨 0.6도 올라선 데 따른 자연의 반응인 것이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도 예외가 아니다. 1만1천년 전에 형성된 만년설은 80%가 줄어 킬리만자로를 더이상 '눈부신 산'으로 부를 수 없게 됐다.

학자들은 2015년이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기 때마다 저수고 역할을 해온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사라짐에 따라 이 일대에 찾아들 기후변화는 예측하기 힘든 지경이다.

지구 전체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 또한 급격하게 진행 중이다. 1999년 미국과 유럽의 공동연구팀이 유럽 일대에 서식하는 나비 35종의 지난 1백년간 분포를 분석해본 결과 이중 63%가 35~2백40㎞ 북상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텍사스대 커밀 파미잰 박사는 이후 식물.조류 .곤충.어류.양서류.동물플랑크톤 등 1천7백여종에 대한 분포 현황을 면밀히 조사해봤더니 이들의 분포 한계선이 10년에 6.1㎞씩 북상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미잰 박사는 1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하면서 "봄이 매 10년 2~3일 앞당겨진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1백년 후에는 봄이 지금보다 약 1개월 일찍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캐나다 앨버타대의 생태학자 앤드루 디로처 박사는 최근 영국의 BBC방송에 나와 "북해의 얼음이 10년에 9%씩 녹아 없어지고 있다"며 "이상태로 가면 얼음을 타고다니며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북극곰이 1백년 내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온난화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변화에 따른 것이다. 2만년 전 나타난 마지막 빙하기에 비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1백% 정도 올라갔으며 기온 차이는 섭씨 5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기후변화협약으로 온실가스 규제에 나서려고 한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더라도 급격한 기후변화는 적어도 50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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