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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공약과 비밀문서 어느쪽을 믿을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의 침공이 있을 경우 서독의 3분의1을 실험 당할 것을 가상한 「카터」행정부의 한 보고서는 동시에 주한 미군 철수는 북괴 남침이 있을 경우 미국이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융통성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사력 구성 체제에 관한 행정부간 극비 연구서인 대통령 검토 각서(Presidential review Memo) 10호는 북괴가 만약 오늘 남침을 자행할 경우 서울을 방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다. 미지상군이 주둔해 있는 상태에서 미공군과 해군이 지원하더라도 서울은 지킬 수 없다고 이 보고서는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은 미2사단이 철수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손상되지 않는다는 「카터」대통령의 확약과 상반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서울 사수에 바탕을 둔 방위 태세와 상반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도 서독처럼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발언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그의 전문적 참모진이 작성한 비밀문서 내용을 믿을 것인지를 결정지어야 하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 보고서는 단지 유사시에 취할 대안들을 거론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행정부쪽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서독의 3분의1을 상실한다는 가상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관한 부분은 미군 철수 전과 후의 상황에 바탕을 둔 것이지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일단 미지상군이 철수하고 나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지상 거점 위주에서 해상 거점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유사시 국지전에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융통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 문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군 철수 이유로서 개입 여부의 선택권을 「워싱턴」이 갖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군이 철수하면 주한 미군 철수의 주 이유인 자동 개입의 모험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을 하기로 결정할 경우 군사력은 쉽게 동원 될 수 있다』고 이 문서는 주장하고 있다.
2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상태에서 작전 개시 일에 공군 및 해군 지원을 제공하더라도 『만약 북괴가 전술적인 기습을 성공시킬 경우 그들의 주목표일 것이 분명한 서울은 최소한 잠정적으로 압도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점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괴가 지구전에서 승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지상 및 항모에 기지를 둔 전술 공군력 및 물자를 제공하면 한미는 장기전에서 북괴를 압도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에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상황은 절박하게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 있어서 작전 개시일에 전선에 동원될 수 있는 병력 수준은 일반적으로 북괴측에 유리하다.』
이 문서는 미군을 비무장지대로부터 격리시키고 서울까지 후퇴하는 구 전략으로의 복귀를 암시하고 있다. 지금은 퇴역한 「홀링즈워드」(전 미2사단장) 장군은 4년 전 자기가 사령관직을 맡았을 때 이 전략을 바꾸고 서울 방어 전략을 채택했었다.
이와 같은 방위 전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국이 필수적인 공군력을 제공하리라는 점을 한국이 신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은 「워싱턴」과의 방위조약이 「나토」조약의 기능과는 달리 북괴가 침략할 때 자동적인 미국의 개입 요소를 덜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걱정해 왔다.
「카터」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보낸 7월25일 친서에서 『미군의 철수가 한국에 대한 미국 방위 공약의 여하한 변화도 의미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PRM-10호는 한국인의 기대를 어기고 있다. 즉 이문서는 미 공군과 해군의 개임만이 북괴의 침략을 방지시킬 수 있다고 한편으로 강조한 반면 해·공군의 개입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본 「칼럼」이 중부「유럽」에 대한 소련의 공격에 대한 PRM-10호의 가상을 보도한 후 한 서독의 장군은 비밀히 「워싱턴」을 방문, 그 진상을 밝히려 했다. 30명의 인사들과 만난 후 이 장성은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칼럼」의 정확성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반응이 한국쪽에서도 나올지 모른다.

<에번즈-노바크 보도를 보는 미국의 눈>터무니없는 과장 타당성 있다 양론
「에번즌」-「노바크」 「칼럼」이 보도된 7일 아침 미국의 어떤 큰 신문사에서는 간부들과 「아시아」관계 취재기자들이 무려 의견 교환을 했다.
열명 정도 되는 그들은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에번즈」-「노바크」 보도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참석자의 한 사람이 말했다.
이같이 「에번즈」-「노바크」의 보도를 간접 또는 직접으로 부인하고 한국 방위를 다짐하는 미국 정부의 태도를 신뢰하는 공기도 여전히 건재한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는 철군 동기 중의 하나가 당초부터 연계 철선으로서의 주한 미지상군을 안전지대로 옮겨 북괴가 남침할 경우 미국은 적어도 선택에 의한 개입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자는 것이었음을 지적하면서 「에번즈」-「노바크」의 보도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PRM-10호가 미국의 「아시아」 배치선으로부터의 한국의 제외, 서울 방위의 신축성, 자동 개입 정책의 재조정 같은 부정적인 내용 말고 다른 내용이 있는지가 밝혀지기 전에는 PRM-10호와 공식 성명 중의 어느 것이 「카터」 행정부의 진짜 입장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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