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든 파리의 에펠탑|승강기 교체 싸고 입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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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의 명물 「에펠」탑을 오르는 승강기를 둘러싸고 관리 회사와 시청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높이 3백20m에다 8천5백t의 철물인 「에펠」탑은 1888년 생으로 이미 89세. 그래서 아무리 쇳덩어리 탑이지만 치료를 받아야 살아 남는다는 결론이 나온 것. 물론 철골이 「파리」주택의 난방시설에서 나오는 무수 아황산에 의해 삭아든다든가 밑 부분의 쇠 버팀대가 녹슨다든가의 문제가 있지만 이보다도 지금 논쟁의 초점이 된 것은 관광객을 태워 오르는 승강기다.
철골이나 버팀대는 3개월에 한번씩 특수 「카메라」로 청진을 받기 때문에 아직은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 두 번째 전망대까지 오르는 3개의 승강기 중 2개가 이미 1900년에 설치 된데다가 전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수력을 동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 나머지 1개는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그래서 낡은 승강기는 물이 얼어 버리는 겨울에는 가동을 못할 뿐만 아니라 안전도가 보장되지 않아 우선 오는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운행 정지가 결정된 것.
그러자 이 수력 승강기의 전력 승강기로의 대체가 시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철탑에 승강기를 설치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며 막대한 돈이 든다. 탑 관리 회사의 추산은 4천만「프랑」(약 40억원)이 필요하다는 것. 「에펠」탑이 작년에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무려 한화 26억원(2천6백만「프랑」)에 이르지만 거의 2년의 전 수입을 재투자해야 새 승강기를 놓을 수 있다는 결론. 그래서 회사측은 『수력 승강기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시의 입장은 다르다. 77년 동안 쓴 전근대적 승강기를 갈아치우라고 압력을 가한다. 특히 수력 승강기는 상승 속도가 느려 관광객들이 「에펠」탑에 한번 올라가 보려면 평균 1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까지 있어 관광객들이 「이미지」가 나쁘다는 주장도 압력 요소. 그런데 탑 관리 회사는 「파리」시로부터 계약상 운영권을 80년까지 소유하고 있다. 「파리」시는 승강기를 바꿀 실력이 없으면 운영권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탑 회사는 은행의 융자를 내려고 하나 앞으로 3년 후 운영권이 지속될지 불명확한 이 회사에 3천만「프랑」을 융자해 주려고 하지 않는다. 회사측은 『만일 승강기 대체를 우리가 떠맡는다면 「파리」시는 운영권을 20년 더 연장해 주어야 한다』고 반격 중이다. 그러나 감독권을 갖고 있는 「파리」시가 안전도가 불확실하다는 판정이 난 이상 무슨 방법으로라도 승강기를 고치고 차제에 3백20m의 정상까지 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 하지만 탑 회사에 운영권을 연장해 줄지는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명물이 「파리」시 관리가 되든 개인 회사가 관리권을 갖든 늙어빠져 느림보가 된 승강기는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는「파리지앵」들의 여론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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