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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의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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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동석유도 언젠가는 고갈되고 석유 「달러」를 받침으로 한 건설 수출 「붐」도 낙조를 보일 때가 올 것이다.
이런 전망 아래 정부와 업계는 중간 시장을 대신할 제2, 제3시장의 모색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지난 8월 3일에는 처음으로 남미 지역에 대한 관민 합동의 건설 시장 조사단(단장 박동규 해외건설협회장)을 파견했다.
남미 건설 시장 조사단을 수행하면서 보고들은 적도대 3국의 현황과 한국 건설업의 진출 가능성, 그리고 가로놓인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남미의 관문 「베네쉘라」의 「마이쿠에티아」 공항에서 수도 「카라카스」로 향하는 11「마일」의 「프리웨이」를 달리면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캐딜랙」 「시볼레」 등 고급 승용차의 물결과 높은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이다.
「베네쉘라」는 인구 1천2백만 명에 승용차 보유 댓수 1백40만대. 인구 3백20만의 「카라카스」에만 60만대의 각종 외제 승용차가 굴러다닌다.
차도를 메우는 대형 승용차의 행렬에서 신흥 산유국을 실감하게 된다.
「베네쉘라」는 석유 매장량 1백85억「배럴」에 하루 생산량 2백18만「배럴」로 연간 85억「달러」의 석유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에콰도르」는 매장량 24억「배럴」, 하루 생산량 20만「배럴」에 불과하나 국내 경제 규모가 작아 연간 6억「달러」의 석유 수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과거 석유 수출국이던 「콜롬비아」는 75년부터 수입국으로 처지가 바뀌었으나 대신 「코피」·원면·「바나나」 등 농산물 수출로 76년에 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보았다.
그러나 이틀 3개국도 남미의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경치·경제·사회의 다각적인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2천4백「달러」가 넘는 「베네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3백20만 주민 중 30%가 아직도 판잣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남미 모든 나라에 공통적인 것으로 자가용 비행기가 나는 밑의 시골길에는 맨발의 「인디오」들이 몇 「마일」을 걸어다니고 있으며 이를 비판하는 학생운동은 사회 불안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콜롬비아」 국립대학은 학생들의 「데모」로 5개월 째 휴교 중이며 「에콰도르」의 대학생들도 버스 값 인상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시위를 벌여 인상 계획을 좌절시켰다.
정치적으로는 형식적 민주주의와 식민지 시대 이래의 몇몇 가문에 의한 정권의 독점이 불안정하게 결합되어 청치 이념의 결여, 일관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베네쉘라」는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의 중임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고 「콜롬비아」는 58년이래 74년까지 정치 협정에 따라 자유·보수 야당이 교대로 대통령직을 맡고 입법·사법·행정의 주요 지위도 양당이 반분해왔다.
「에콰도르」는 76년 1월의 무혈 「쿠데타」로 3군 참모총장이 공동으로 국가 원수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권이 엽관적 성격을 띰에 따라 관리들의 부패가 심해 매사에 뇌물이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자연 자원이 풍부해 국민들이 게으른 한편으로는 근로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어서 비능률과 비생산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에콰도르」의 경우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90일이 경과하면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이 같은 조항을 악용, 3개월만 지나면 일을 제대로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베네쉘라」 「에콰도르」 「콜롬비아」 3국 경제는 73년이래 성장률의 둔화, 물가 상승 등 시련을 겪고 있으며 이 같은 현지 여건은 외국 투자가들에게도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내셔널리즘」의 고조와 「블록」화 경향으로 외국 자본 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베네쉘라」의 철강·석유 산업 국유화와 「안콤」(ANCOM)의 형성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 <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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