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발언 방식」이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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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정부는 북괴가 일·북괴 민간 어업 및 무역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정부 보증」을 변칙적으로나마 충족시키려는 눈치다. 그 방식으로는 중공과의 선례에 따라 일본 정부의 책임자가 민간 협정 체결을 국회에 요구하는 형식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스즈끼」 일본 농상의 시사에 이어 북한에 가 민간 협정을 교섭 중인 일조 의원연맹대표단이 이 방식을 북괴측에 공식 제의하여 이미 서로간에 「무역 대표부」를 설치하는 문체까지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간 협정의 정부 보증 요구는 일·북괴 관계를 어떻게 해서든지 공식화 해보려는 북괴의 술책이다.
한반도 문제의 기본 성격을 이른바 『민족 해방 투쟁 운동』식으로 왜곡해 적화 공작의 전술상 이점을 확보하려는 계략이 최근의 미·일 접근 기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중공·북괴간의 「북삼각 관계」는 계속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한·미·일의 「남삼각 관계」를 교란시켜 적화 통일의 유리한 국제적 여건을 조성하자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소·중공의 한국에 대한 상응한 조치 없이 미·일만이 북괴에 일방적으로 융통성을 보이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겠다. 북괴의 계략을 본의 아니게 고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일·북괴 관계를 확대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경계 대상이다.
다만 일본 정부도 고충이 없을 수 없는 만큼 목적이 비정치적이고 형식이 비공식적인 한은 크게 문제삼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무역 대표부」를 서로 교환하는 정도로 일·북괴 관계가 공식화된다면 우리로서도 좌시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일·북괴의 소위 비정부 단체를 이 민간 어업 협정을 체결하는 것까지는 영세 어민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하자. 그러나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를 공식화한다든지, 민간 무역 협정의 형태로 상호 무역 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은 전혀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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