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시신 찾아놓고 거짓말" 분당 교사 세월호 유언비어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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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의 A고등학교 B교사가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수업시간에 “해경이 일찍 신고를 받고도 구조하지 않고선 해당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국정원이 시신을 찾아놓고도 시간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B교사의 발언은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이 한 시민단체에 녹취 파일을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학생의 제보에 따르면 B교사는 지난달 말 고3 수업시간에 들어와 “MBC 최대주주가 박근혜다” “국정원이 이미 시체를 다 찾아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찾았다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려고 한다” “미 해군이 세월호 옆에 있었는데 정부가 지시를 내려서 돕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입수한 각각 3분, 5분 분량의 녹취록 파일에 따르면 B교사는 학생들에게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진도 해경(VTS)이랑 교류하는 녹취록을 해경이 8시30분부터밖에 공개를 안 했는데 분명히 나는 이전에 신고를 받고도 무시했든지, 뭔가 있어 그걸 공개하면 모든 원인이 해경으로 쏠리니까 숨기고 있을 뿐이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해경이 그게(구조) 안 되니 민간 잠수사들이 돈을 빌려 배를 빌려서 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일을 하기 싫으면 정부를 없애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B교사에게 “일단 수업(진도)을 나가시죠”라고 말하지만 교사는 계속해서 “모든 언론들이 다 그 얘기(세월호) 하는 동안 여의도에서 새누리당은 한·미 비준안(방위비 비준안) 법안 통과해주셔서 우리가 9600억인가 미국한테 줘야 된다” “6·4 지방선거 하는데 자기네가 야당에 밀릴 걸 대비해서 소수 당을 보호하는 법안도 미리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한 방송국(MBC)의 주주여도 되는 거야? 우리나라는 지금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A고교에서 2·3학년 생물과목을 담당하는 B교사는 지난해 기간제로 채용됐으며 내년 2월 말까지 재계약이 돼 있다. 현재 담임을 맡고 있지는 않다. A고교는 “해당 교사에게 해명을 요구하니 ‘인터넷 카페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말한 것이지 내 생각이 아니었고, 국정원이 시체를 찾아놓고 거짓말했다는 부분도 실제와 다르다’고 말했다”면서 “1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B교사의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비위 사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12일 B교사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기도경찰청은 B교사의 발언이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 위법 소지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다. 경찰청은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사람들에 대해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을 최근 1차 소환조사했고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도 곧 소환할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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