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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베어쓰는 재미」보다「가꾸는 정성」을 먼저 익혔다|나무의 나라 캐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놈의 땅은 나무를 모조리 잘라버리기 전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땅이로구먼』-.
불과 2백여년전「캐나다」를 누비고 다니던 탐험가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울창한 숲과 삼림이었다.
금광을 찾아 헤매던 이 탐험가들은 방대한「캐나다」지역의 산과 들을 누비고 다녔지만 워낙 나무가 울창했기 때문에 도저히 깊숙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2세기도 안되어 이 골치 아픈 장애물인 나무가 금광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줄 줄이야.

<사람보다 좋은 대우>
비행기가「캐나다」의「브리티시·콜럼비아」(BC)주 상공에 들어서자마자 내려다보이는 것은 온통 진 녹색의 융단을 깐 듯한 숲뿐이었다. 바다도 파랗고 육지도 퍼렇고, 언뜻 보면 물과 뭍이 구별되지 않을 경치다.
「캐나다」전체 목재수출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BC주는 삼림 면적만도 5천3백만㏊를 넘어 명실공히 임산업이 주내 최대의 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정부수입의 50%를 산림에서 거두어들이고 주 수출고의 3분의2가 나무를 팔아 번 돈이다.「벤쿠버」를 중심으로 BC의 목재가 모두 집산, 가까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 팔려나간다.
그러나「캐나다」최대의「달러·박스」인 삼림을 계속 베어내는데도 울창한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도「캐나다」인들 자신이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 눈물겹기까지 하다.
『외국인들이「캐나다」목재를 사러왔다가 울창한 삼림을 보고는 당신네들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달러」가 굴러 들어오니 퍽도 많다고들 하는데 이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옛날의 울창했던 재목은 이미 베어서 써버린지가 이래지요. 요즘 베는 나무는 대부분이 그 후에 조상들이심은 것들입니다.』「벤쿠버」에서 목재상을 하는「힐슨」씨의 말이다. 사실 알고 보면「캐나다」의 나무들은 어떤 면에선 사람보다 더 대우를 받는다.
공원에서 놀다가 사람을 때리면 50「달러」의 벌금을 물지만 나뭇가지 하나를 자르면 5백「달러」의 벌금이다.

<수출의 50%가 나무>
숲 속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가스」를 꽂고 아주 약하게만 허용되고있을 뿐이다.
모두가 산림최대의 적인 산불이 날까봐 취하는 예방조치다.
「캐나다」최대의 산림회사인「맥밀런·브로델」본사를 찾아가『벌목하는 현장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벤쿠버·아일랜드」는 있는 그들의 작업장 하나의 약도를 그려주었다.
자동차편으로 새벽4시에 시내를 빠져나와 부둣가에 정박해 놓은「패리」에 차를 싣고 2시간 남짓 항해 끝에 섬에 도착했다.
섬 넓이가 거의 남한 땅 넓이와 비슷한「벤쿠버·아일랜드」는 섬 전체가 거대한 수목으로 뒤덮여있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
5백년, 8백년 된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뻗쳐있는「맥밀런」공원 안에 들어서니 여름철 대낮인데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몸이 오싹해진다.
섬 하구에 있는「맥맬런·브로델」사의 목재 하적장을 찾아가니 장관의 연속이다. 1백「톤」이상의 통나무를 산에서 싣고 내려오는 대형「트럭」들의 행렬. 이 나무들을 한꺼번에 들어올리는 거대한 기중기. 요란한 소음을 내며 이 나무들을 다듬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내는 제재소. 규격화된 목재들을 뗏목으로 묶어 바다에 던지는 인부들.
모든 작업 공정이 완전 기계화되어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수천, 수만의 통나무가 삽시간에 바닷물에 띄워져 수송을 기다리고 있다.
1911년에 창설된 이 회사는 2만4천 여명의 직원에 연간 15억「달러」의 판매고를 자랑한다.
28년째 동사에서 근무했다는「윌리엄즈」씨는『우리 의사가 나무를 베어내어 말기만 하는 회사로 알면 큰 잘못』이라면서『우리는 나무를 베어내는 숫자만큼 새로운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에「캐나다」전체의 나무는 항상 줄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나무가 자라서 벌목될 때까지의 기간은 70년 내지 1백20년. 종류에 따라선 2백년 후에 자르는 것도 있지만 평균 80년생이면 벌목대상이 된다.
막 산에서 나무를 심는 작업을 지도하고 내려오는「존·밀러스」씨를 만났다.『금년에 심은 나무는 83년 후인 서기2060년에 벌목하도록 돼있습니다.』그의 설명은 간단했다.
품질개발과 에서 일하는「베이커」씨는『평균 80년이니까 우리는 매년 산림의 80분의1을 자르고 80분의1만한 넓이에 새 종자를 심고 있다』면서『단 1년이라도 공백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회사의 배려는 완벽하다』고 자랑한다.
지난 40여년간 22만「에이커」에 나무를 심어온 이 회사가 연간 신문용지 1백만t, 「펄프」50만t을 생산하고 세계 50개국 이상에 산림지도를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BC주의 연간 목재생산율은 6억입방m. 9만 여명이 산림업에 종사하며 임금만도 연10억「달러」가 넘는다. 주 내의 25개「펄프」및 제지공장은 연간 6백80만의「펄프」와 2백50만t의 종이를 만들어낸다.

<백년 후를 위해 심어>
결국「캐나다」의 부를 창조하는 산림은 천혜 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노력의 결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무를 내 몸 이상으로 아끼고 보호하는 시민들의 애틋한 정신. 깊은 산 속 곳곳에 측후소를 설치, 풍속·풍향·강우량·습도 등을 매일 체크해가며 과학적으로 나무를 기르는 방법.
그리고 완벽한「플랜」으로 전체의 삼림은 전혀 줄지 않게 베는 만큼 새 나무를 심는 회사들. 모두가「캐나다」를 살찌게 하는 요소들이다.「캐나다」에 와서 목재를 사가는 외국사람들은『1세기 후의 세대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나무를 심는「캐나다」국민들의 정신』도 함께 사가야 할 것 같다. <글 김건진 특파원 사진 김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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