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외교의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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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무부는 내년 중에 정규외교관 2백1명등 모두 2백55명의 외교인력증원을 정부예산당국과 여당권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외무부가 연초에 마련한 외무행정 3개년 계획상의 증원계획 2백32명을 거의 한꺼번에 요구한 셈이다.
우리의 외교역량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인력증강이 따라야 한다는 논리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단순한 인력의 확대가 꼭 외교역량의 강화로 직결된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인력의 확대는 외교역량강화의 한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이 아니다. 인력의 확대가 외교역량의 강화로 연결되려면 그것이 우리의 외교활로개척에 적합한 것이어야만 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외교도전은 양적확대만이 아닌 우리외교의 질적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그 질적 혁신 방향에 맞추어 인력확대가 이뤄져야겠다는 것이다.
본 난은 이러한 외교의 질적혁신의 한 방향으로 주체적 이념외교의 모색을 제시한 바가 있다(1월31일자 사설참조).
한 국가의 외교가 국내정치의 연장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우리의 생존과 발전이념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 긍정의 폭을 적극적으로 넓혀 나가자는 것이다. 외교의 특정국가 편중의존을 탈피하여 제3세계에 공감권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외교활로를 개척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새로운 현실인식에서다.
우리 외교가 주체적 이념외교로 질적혁신을 모색할 경우 외교나 해외홍보등 모든 대외활동등은 정치활동의 색채를 더하게 된다. 자연히 국내정치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상당히 외교에도 통용되게 된다. 통상적인 외교활동에 더해 우리의 생존철학과 발전이념에 대한 공감권을 넓히는 일종의 포교수적 활동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활동이야말로 외교관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지략, 그리고 강인한 끈기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 없이는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외교관들은 개인적인 자질의 우수성에 비해 끈기가 모자란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렇게 우리 직업외교관들의 태도에 안역한 듯한 흠이 없지 않았다면 이는 외교가 특수한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 울타리가 너무 높았던 것도 한 이유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러나 국제의전에 대한 지식과 외국어구사능력이 요청된다는 특성이외에 외교가 다른 분야와 울타리를 갈라 놓을 만큼 특수할 까닭은 없다고 본다.
선거가 있을적마다 타분야 인사들이 외교계로 대거 진출하는 미국이 그런 제도때문에 외교가 잘못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이들이 외교에 청신한 감각과 자극을 주어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볼만한 점이 적지 않다. 만일 외무부의 외교인력 증강계획이 이러한 기본적인 고려없이 추진되는 것이어선 그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외교인력의 증강은 우리의 바람직한 외교목표에 맞추어 기존 외교관과 외부의 각계 인재를 광범하게 투입, 활용할 수 있게 추진되었으면 한다. 특히 각급의 교직에 외부의 인재를 광범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하겠다. 그래야만 우리 외교의 추진력과 인발력이 장기적으로 증진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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