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 대표권과 중동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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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밴스 미 국무장관은 제네바 중동평화 협상 개최를 촉진하기 위해 현재 아랍 이스라엘 6개국 순방 길에 제네바 회담개최에 대비해 절차상의 문제와 실질문제에 관한 양편의 이견을 조정하려는데 있다.
절차문제에 있어 이스라엘측은 PLO(말레스타인 해방기구)의 대표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실질문제에 있어서는 요르단강 서안을 자국의 군사관할 하에 놓아둔채 팔레스타인인의 반자치구 정도만은 용인할 수도 잇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랍측의 요구는 그와 대조적이다. PLO는 반드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관할이란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양측간의 거리를 좁혀 어떻게든 평화협상의 조건을 절충해 내자는 것이 바로 밴슨 순방 외교의 과제다.
그 과정에서 PLO는 67년 당시의 유엔안보리 결의 242호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협상참가를 요구해 왔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 242호란 아랍측이 점령지 반환을 댓가로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PLO의 그런 제의가 사실이고, 이스라엘 역시 그러한 제의를 수락하기만 한다면 평화협상을 위한 절차상의 난점은 일단 해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스라엘이 그 제의를 수락하리라는 시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실사 수락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평화협상의 전도가 밝아졌다고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가령 PLO대표가 요르단 대표단의 일원으로 협상에 참가할 길이 트였다고 치더라도 실질문제에 관한 양측간의 거리는 너무나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측은 사마리아와 유대지방, 다시 말해서 요르단강 서안과의 역사적· 성서적 일체성만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베긴 수상은 이미 미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점령지의 유대인 정착지를 합법화하기까지 했다.
한편 아랍측도 아직까지 이스라엘의 국가를 공식 인정치 않을 뿐 아니라 특히 PLO는 이스라엘국가의 절멸을 헌장상으로 명시하고있는 터이다. 사다트 대통령은 물론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와 전쟁상태 중식 후 5년 이내엔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착상태가 타개될 실마리는 과연 어디서 찾아야할 것인가. 우선 이스라엘이 PLO의 상도완화에 긍정적으로 대응할 용의는 정말 없는 것일까.
단 그러한 타협이 이루어지려면 PLO는 지금까지의 테러리즘과 이스라엘 절감정책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헌장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PLO좌파 등 이른바 거행전선의 과격주의가 보다 온건한 세력에 의해 충분히 제어될 수 있어야만 하겠다.
그 대신 이스라엘로서는 정착지의 기정사실화 등, 자극적인 조치를 당분간은 취하지 않는 편이 협상성숙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연고권 주장과 똑같은 차원에서 아랍측의 역사적 연고권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참작해야할 것이다.
양편은 지금 원칙적으로 전부냐 전쟁이냐를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현재의 중동국제정치에서는 상호 양보만이 명화를 보장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설사 그 평화가 미흡한 것이라 해도 그것은 제5차 중동전쟁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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