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와 개방형 채용제 혼합해 인재풀 넓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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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호 03면

권태신(65·사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재정경제부 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관료 사회에 대해 개혁적인 목소리를 전해왔다. 주OECD대표부 대사를 지내 선진국 사례에도 밝다. 8일 그에게 공공기관 내 관피아 문화 척결 방안에 대해 물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말하는 해결 방안

-최근 불거진 관피아 논란을 어떻게 보나.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영국·프랑스에선 금융계·학계·관계·언론계가 어디든지 필요한 자리에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에선 융통성이 있는데 우리는 칸막이가 있어서 그만두면 하청업체로 가는 게 일반화돼 있다. 인력풀이 정해져 있으니 자기 밥그릇만 더 챙기려고 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능력과 경력에 맞게 키우는 개방성이 있어야 한다.”

-고시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고시 제도를 없애면 누가 그 자리에 들어올 것인가. 안 그래도 정치권 후원 단체 출신이나 교수들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낙하산으로 오는데, 고시가 없어진다면 5년마다 정치인들이 공공기관에 자신들 세력을 집어넣으려 하지 않겠나.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던 그리스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공무원이 많았다. 공무원 시험을 안 보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을 집어넣게 했는데 그런 공무원을 자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고시가 없어지면 공기업뿐 아니라 관청에도 낙하산이 올 거다. 비전문가가 일반화되고 공공기관의 객관성·중립성·독립성을 지킬 수 없을 거다.
물론 고시를 통해 한 번 들어오면 영원히 안 나가는 시스템도 문제는 있다. 결국 고시 제도와 개방형을 섞어야 한다. 공무원이나 개방직 인사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일단 공공기관에 들어오면 해고할 수 없다는데.
“노동시장이 경직되다 보니 능력 없는 공무원도 절대 못 자른다. 나도 과거 (관에서) 일할 때 능력이 없고 인간관계도 안 좋은 직원을 내보낼 수 없더라. 우리 법원은 ‘경영상 긴박한 이유가 있어도 해고는 할 수 없다’고 판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무원은 특별히 더 보호한다. 하위직도 노조를 통해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직원의 30%는 공무원 아닌 외부에서 충원해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장관이 자꾸 바뀌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장관이 길게는 8년까지 재임하니 아래에서도 말을 들었다. 지금은 장관 임기가 1년 정도밖에 안 되니 직원들이 ‘잠시 비만 피하면 된다’고 여긴다. 이러니 더 관리하기 어렵다.”

-관료 문화를 바꾸려면.
“결국 능력 없는 이는 내부에서 도태하게끔 해야 한다. 승진은 능력에 따라서만 할 수 있고 실력이 안 되면 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본적으론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과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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