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만약에 정전이 된다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갇히게 될 것이다. 지하철의 승객들도 어둠 속에 갇혀 나오지를 못할 것이다. 「에어컨」이 멎어 밀폐된 고층 「빌딩」속은 한증막같이 될 것이다. 냉장고안의 식품들도 썩어버리게될 것이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수술하던 손을 멈춰야한다. 그리고 또 모든 은행·귀금속상· 미술관들의 도난방지기들이 벙어리가 될 것이다. 만약에 정전이 1분 동안 계속 된다면? 「에디슨」이 죽은 1931년에 「뉴욕」시는 그의 공적을 추앙하기 위해 1분 동안 정전을 했었다.
전기를 발명한 그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의 1분과 40여년이 지난 지금의 1분간 정전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만약에 이런 정전이 몇 시간씩이나 계속된다면? 지난65년11월9일 하오6시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북동부에 갑자기 불이 나갔다.
「뉴욕」 공항에 착륙하려던 한 민간항공기 「파일로트」에게는 『세계의 종말이 온 것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뉴욕」시민들은 정전을 웃음으로 받아들였다. 정전의 경험이 전혀 없는 그들은 곧 전기가 들어 올 줄로 알았던 것이다.
전기는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들어왔다. 그동안에 교통신호가 마비되고, 자동차들은 기름보급을 받지 못했었다. 주유소의 급유「파이프」도 전기가 있어야 가동하는 것이다.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았고, 지하철은 수라장처럼 되어버렸다.
「매사추세츠」형무소에서는 어둠을 타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어둠과 무질서를 틈타서 범죄자들이 날 뛰지는 않았던 것이다.
「데이비드·리스먼」은 이때 이렇게 풀이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며 우리자신도 이를 잘 알고있다. 그래서 우리는 「혼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우의에 찬 기원에 들어가게 된다.』
뜬소문도 많았다. 인심도 과연 흉흉해졌다. FBI에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율은 평상시보다 더 늘지는 않았고, 그 뒤 어린이 출산율이 껑충 뛰었을 뿐이었다.
똑같은 정전소동을 「뉴욕」의 시민들이 지난 13일 밤에 겪었다. 정전시간도 65년 때 보다 더 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온 「뉴욕」의 시내는 약탈자와 방화범들이 난무하는 폭력세계가 되어버렸다.
체포된 약탈자만도 2천명이 넘었다.
세상이 그만큼 바뀌어졌는가보다. 이생과 양식이 마비되고 본능과 범죄심리가 강해졌는가 보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