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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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즈음 세계 의학계에서는 「인간 자신이 만든 질병」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모든 질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같은 미생물에 의해 초래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질병관이다. 그런데 실상 명확하게 질병의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 또한 잘 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암을 그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는다. 병원을 알 수 없는 숱한 난치병이 모두 이「카테고리」에 속한다는 것이다.
암을 「인간자신이 만든 질병」이라고 부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암의 원인으로 자극설, 「바이러스」설, 유전설, 발암물질설 등 몇 가지가 꼽히나 어느 것 하나 확정되지 않은 채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암의 주범이 인간 자신이 만든 환경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래서 WHO는 이미 모든 암의 85% 이상이 환경인자에 의해서 초래된다고 밝히고 암을 「인간자신이 만든 질병」이라고 정의한바 있다.
지금까지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발암물질은 1천4백여가지. 이 가운데 단지 22가지의 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나머지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확증도 없다. 이들 발암물질은 거의 모두가 사람들의 「생활의 산물」이다.
발암물질 가운데 가장 문제되는 것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품들 가운데 포함된 것들이다. 또 이를 식품을 담는 용기나 식기·포장지 등이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나 식품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리고 있다.
시판병 우유의 종이마개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8일 검찰의 발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암을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식품이라고 해서 우유 마시기가 범국민적으로 적극 권장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우유에 무서운 발암물질이 녹아있을지 모른다니 이독제독 치고서는 소름이 끼치는 얘기다.
현재 시판되는 병우유의 종이마개는 종이 중에서도 가장 저질인데다 대부분 폐지라고 한다. 여기에다 암을 일으키는 형광증백제가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업자들은 종이마개에 「파라핀」을 입혀 우유에 직접 닿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전혀 무해라 고 주장한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형광증백제를 바른 종이마개가 유해하다고 알려져「콜크」같은 특수병마개로 대체했는가 하면 인체에 완전 무해한 식품 포장용 특수용지를 개발, 사용하고 있다지 않은가.
WHO에서도 지적했듯이 「인간자신이 만든 질병」은 단지 엄한 법 만으론 다스려지지 않는다. 보다 높은 차원의 해결책이 요구된다. 양심과 윤리야말로 특효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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