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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붐」…개인수필집 범람-최근 한달동안 30여 권이나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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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년 한때 전집으로 「붐」을 이루었던 수필집발간이 최근 개인수필집발간으로 그 양상이 달라져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개월 동안 발간된 개인수필집을 보면 모윤숙 김남조 강신재 박완서 등 여류수필집이 13종, M사의 김소운 박경리 이규호씨 등 「오늘의 산문선집」이 5권, S사의 최일남 김우종 정선 동 「테마·에세이」집이 4권, 그밖에 김동리 김영태 장윤우 등 개인수필집이 7, 8권으로 모두 30여종.
뿐만 아니라 의학동인수필집·「가톨릭」문우회수필집 등 특수분야 종사자들의 공동수필집까지 나오고있어 단일 「장르」신간으로 보기 드문 「홍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개인수필집들은 서점가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품목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처럼 개인수필집에 인기가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서점가와 문단이 약간 견해를 달리한다. 즉 서울종로C서점 측에 의하면 『순수문학서적이 읽는데 부담이 가는 반면 수필집은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문단에서는 『독자들의 문인을 비롯한 저명인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가령 독자가 어떤 문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을 때 그 문인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시나 소설이 고작이었으나 수필집을 통해서는 보다 인간적인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독자취향을 대변하듯 최근의 개인수필집들을 보면 저자의 신변에 관한 여러가지 사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수필의 이해』『수필문학론』등의 저자로서 수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학평론가 장백일씨에 의하면 수필의 이러한 신변잡기화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는 것. 장씨는 『비록 수필이라는 말에 신변잡기의 뜻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문학으로 승화되지 못한 수필은 수필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생활의 단순한 기록일 따름인 글들을 모아 가지고 수필집을 내는 것은 수필문학의 수준을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개인수필집 「붐」의 또 한가지 특이한 현상은 특별한 주제를 잡아 쓴 글들을 엮어 낸 책들이 많다는 것. 명화와 화가에 관한 글 등을 모은 문학평론가 김우종씨의 『회화의 반란』, 40여년의 등산체험을 글로 엮은 동대교수 정종씨의 『산, 그대 나의 고향』, 시인이며 화가인 장윤우씨의 『화실주변』, 음악과 연극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김영태씨의 『지구 위의 조그마한 방』따위의 수필집이 그것이다.
이것은 저자의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미 많은 독자를 가지고있는 이들로서는 비교적 강점을 지닌다 하겠으나 이런 종류의 「테마·에세이」는 자칫하면 『전문과 비전문 사이에서 허공에 뜰 염려가 있다』는 것이 문학평론가 김모씨의 견해.
그런 점에서 보자면 개화기부터 지금까지의 명수필을 모아 전집을 냈던 작년의 수필「붐」에 비교할 때 최근의 개인수필집 「붐」은 다소의 문젯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수필「붐」은 이제까지 소설·시 등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수필문학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이든 쓰면 글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심어줄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현상이라는데 여러 문인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수필을 쓰는 사람들이 우선 수필을 문학으로서 이해하고 어떤 것을 주제로 삼아 쓰든지 그것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장백일씨는 말하고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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