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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내용과 일본의 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종전 후, 교육제도와 그 운영 행태에서 전환을 단행한 일본이 최근 또다시 과도기적이었던 이른바 「전후교육」을 완전히 탈피하고, 새 시대의 진운에 발맞추려고 이른바 축파대학의 발족, 공개대학의 운영 등의 「교육개혁」을 연이어서 단행하고 있음은 결코 남의 나라 일로만 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일본문부성이 최근에 발표한 초·중교의 새 학습지도지침(작일자 본지 4면)은 국민학교·중학교 아동들의 학습부담을 20∼30%씩이나 대폭 줄여 새로운 일본의 새 시대가 요구하는 보다 폭넓고 보다 활달한 인간상을 갖추도록 좀 더 실용적이며 구체적인 지식체득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그밖에도 산수과목의 기초적인 계산능력증대를 비롯, 보다 만족스런 자기표현능력의 함양을 위한 한자교육 및 작문능력지도, 교사의 창의성 발휘 등에 역점이 주어지고 있음을 본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한 교육학자는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그 분량 자체가 과대하여 일부과목은 이를 60∼80명, 또 심지어는 1백명에 가까운 과밀학급에서 전부 가르치지 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늦기 전에 교육방법의개선뿐만 아니라, 교과내용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립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 각급 학교교과서가 일반적으로 너무 어렵고, 너무 많은 내용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고 있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들려오던 일이며, 우리나라 문교부 안에도 초·중·고등 교육분야별 교육심의기구가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정규교육과 사회교육분야까지를 망라하여 보다 능동적이며 민주적인 인격형성이라는 교육의 근본목적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이며 보다 넓은 시야에선 교과내용개선을 위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은 전무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13일자(일부지방 14일자) 본 난에서도 지적된바와 같이 근자에 와서는 이른바 「평준화시책」의 이름 밑에 강행되어온 중·고교의 추첨 진학제 실시이후 드러나기 시작한 고달픈 고교교육의 폐단은 장차 이 나라의 젊은 세대들을 지적으론 편의 되고 정서적으로는 메마르고, 게다가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한 인간으로 만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지금 우리는 각급 학교교육의 내용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급할 뿐만 아니라 학교 내와 학교 외 교육, 또는 정규교육과 사회교육·평생교육 등, 오늘날 행해지고 있고, 또 행해져야할 이 나라 교육활동의 전 영역에 걸쳐 근원적인 일대개혁을 단행해야할 시점에 처해 있음을 동찰해야할 것이다.
1949년12월31일에 제정된 현행 교육법은 그동안 수십 차에 걸친 단편적인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지만, 그 내용을 검토해보면 그야말로 교육의 기본이념과의 관련에 있어 아무런 체계성도 결여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고, 또 이 나라 교육제도의 특색이라 하던 민주적 단선형조차도 형체조차 찾을 수 없는 무수한 예외규정이 산재해 있다.
이 점에서 교육기본법과 학교교육법 및 사회교육법을 대별하고, 각기 체계있는 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의 예는 결코 타산지석일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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