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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아파트 심의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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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민 생활불편은 인정하나 구조적으론 이상 없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 심의는 지난달 31일 논란 속에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30분에 시작해 1시간쯤이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던 심의는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났다. 회의장 안에선 격론이 벌어졌고 간간이 고성도 터져 나왔다.

재건축 안전진단심의를 위해 대학교수.설비전문회사 연구원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는 구조담당 4명, 설비담당 3명, 도시계획.건축설계.건축경제 담당이 1명씩 있다.

지난해 10월 안전진단 신청이 1차 반려된 뒤 주민들은 자체 용역을 통해 작성한 '은마아파트 결함 현황조사 보고서'를 강남구에 제출하고 안전진단을 재신청했다.

보고서는 주민 대부분이 아파트 바닥을 뜯고 난방배관을 새로 했기 때문에 건물 하중이 늘어 몇몇 동에서 벽에 금이 가고 지반이 침하하는 등 심각한 안전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낡은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오고 10층 이상에서는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생활 환경이 열악하며 주차난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재건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주민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론 하중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없으며, 주차장과 배관부식 등의 문제는 재건축 사유론 부족하다고 보고 다시 안전진단 반려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심의위원들은 심의를 마친 직후 전원 사퇴의사를 전달했다. 구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심의위원들이 5개월 만에 심의 결정을 뒤집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과를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이번 결정은 충격적이었다. 강남구청측은 그동안 "3월 31일 최종 결정이 내려질테니 기다려달라"며 주민들을 설득해왔다. 또 지난달 28일엔 재건축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안전진단이 시행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았던 것이다.

'안전진단 불가' 판정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은마아파트 주민 70여명은 1일 구청을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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