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채동욱 의혹 이대로 어물쩍 넘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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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婚外) 아들 의혹을 둘러싼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수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혼외 아들 의혹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 말고는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

 어제 서울중앙지검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열람한 혐의로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과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송모 국정원 정보관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채군의 어머니 임모씨를 변호사법 위반, 공갈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채 전 총장의 고교 동창으로 ‘스폰서’ 의혹이 제기돼온 전 삼성 계열사 임원 이모씨를 회사 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눈에 띄는 건 검찰이 혼외 아들 의혹을 사실상 확인한 대목이다. 검찰은 임씨가 임신했을 당시의 산부인과 병원 자료, 채군의 초등학교 학적부 등을 그 근거로 내놓았다. 이어 “친자 관계는 유전자 검사에 의하지 않고는 100%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본질적 한계가 있으나 간접 사실과 경험칙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혹 보도 후 줄곧 “보도는 허위”라고 말해온 채 전 총장은 이 같은 검찰 발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청와대에서 조직적으로 채 전 총장을 뒷조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한 감찰 활동이었다”며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특감반 행정관을 서면 조사한 것을 비롯해 수사 방식에서부터 진상 규명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또 그것이 정당한 활동이었다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왜 거짓 해명을 거듭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 전 행정관의 ‘윗선’ 수사도 지난해 12월 구속영장 기각 이후 조금도 진척되지 못했다.

 수사팀은 채 전 총장 뇌물수수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것 역시 어물쩍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참사란 초대형 이슈 속에 의혹들을 방류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에 답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