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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 태도…방청석은 초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주에 「싱글러브」장군은 무명의 소장에서 「카터」대통령의 군사정책에 정면 도전한 배짱 있는 장군으로 미국의 신문지 면을 휩쓸다시피 한 탓으로 그를 증인으로 한 하원 군사위원회의 조사소 위원회 청문회는 방청객으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취재기자만 60명이 넘었고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야 하는 방청객도 많았다.
「싱글러브」장군은 준비된 성명을 통해서 자기는 대통령 정책에 반대할 의사가 추호도 없었고 「존·사」기자와의 「인터뷰」가 배경 설명인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배경 설명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말한 사람의 이름을 밝힐 수가 없다.
「싱글러브」장군은 예상이상으로 「존·사」기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서울에서「존·사」기자가 입고있는 악명으로 보아서 그는 어디를 가서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하여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다.
그는 계속 기자들을 악당으로 만들면서 자기가 순진한 탓으로 「존·사」기자에게 이용당했다는 투로 변명했다.
그는 서울에서 동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CBS-TV기자와 가졌다는 단독「인터뷰」의 전말을 설명하여 다시 한번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그는 당초「존·사」기자를 만나서 얘기를 한 것은 「유엔」사령관의 민간보좌관 「하우스먼」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그런데 서울에서 동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공교롭게도 그「하우스먼」보좌관을 만났다.
이승만 전대통령의 보좌관이기도 했던 「하우스먼」보좌관은 자기 딸이라면서 어떤 여성을 「싱글러브」장군에게 소개했다.
그 여성은 「싱글러브」장군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싱글러브」장군은 「노·코멘트」로 일관하다시피 하니까 그 여성은 「마이크」를 들이밀면서 CBS기자라고 정체를 밝혔다.
그래서 물러가라니까 그 여성은 자기자리로 갔고 나중에 보니 그것이 단독「인터뷰」로 보도됐다고 「싱글러브」장군은 설명했다.
「싱글러브」는 처음 20분 동안은 상당히 조심하는 듯 했다. 결국은 꼬치꼬치 따지는 의원들의 질문을 성의 있게,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받아 넘겼다. 「스트래튼」을 비롯한 의원들은 「싱글러브」의 대답에 감탄하고, 특히 미군철수가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이유의 설명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의원들은 「카터」가 군부와 상의 없이 조급히 철군을 결정한 사실, 미국 정보기관이 지난 8월에 북괴의 군사력평가를 새로이 하여 「카터」의 철군결정이 낡은 정보에 근거를 두고 있을 가능성의 시준, 미군철수 후에는 소련과 중공이 북괴의 호전성을 견제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한국군 현대화가 미 지상군의 계속 주둔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는 지적에 설득 당하는 것같이 보였다.
유독 연중행사같이 주한미군 감축 논을 제창하는 「로널·델럼즈」(민주·「캘리포니아」주) 의원만이 「싱글러브」의 철군비판을 호되게 공박하고 『순진해서 「사」한테 당했다』는 「싱글러브」의 주장을 반박하여 『당신 같이 별을 두개나 달고 있으면 순진하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면박했다. 그는 의장에게는 이따위 청문회를 여는 것이 유해 무익하다고 도전했으나 의장이 그 도전을 묵살하자 더욱 화가 났다. 「싱글러브」는 자기는 군인으로 대통령이 결정한 정책은 최선을 다해 수행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도 철군결정의 잘못을 적절히 지적했다.
이날의 청문회의 의미는 「싱글러브」라는 개인의 희생 위에서 의회의 철군 논의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는 사실이다. 「싱글러브」사건의 덕택에 「조·사」라는 「워싱턴·포스트」기자도 유명하여지기는 했지만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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