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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묄러하펜」의 백야사육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명한 탐험의 기지「킹즈베이」를 떠날 때에는 북극특유의 짙은 안개가 누구의 시마따나 고양이 걸음과도 같이 저 멀리서 밀려오는가 하면 크고 작은 부빙들이 뱃전에 부딪치며 타악기의 고저강약처럼 미묘한 소리를 내었다. 그 옛날의 빙하시대에 빙하로 침식된 폭이10여㎞나 되는 「크로스베이」(십자만)의 「표르드」로 들어갔다.
얼마 뒤 여객선「오이로마」호는 「묄러하펜」이란 자연 항에 닻을 내렸다.
이 해안에는 내륙 깊숙이에 있는 산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20여㎞나 되어 보이는 산록빙하인 「묄러」빙하가 뻗쳐있다.
이 빙하에서 밤 10시부터는 이번 북극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잔치가 베풀어 진다고 하여 모든 선객과 선원들이 빙하 말단에 상륙하여 이 여객선의 선박 회사외 선 기를 높이 올리고 여기저기에다가 「캠프」불을 피웠다.
그리고 「폴러·바」라는 푯말을 꽂았는데 이 널빤지에는 빙산 위에 백곰이 타고 있는 백야가 그려져 있는 것이 멋있었다.
밤10시가 되자 노천「폴러」(북극)「바」를 차리고 각종「위스키」미 소련제「보드카」술이며 그 밖의 가지가지 주류들을 쌓아 놓았는가 하면 「햄버거」「로스트비프」순록고기구이 요리를 만들며 냄새를 피우고 있어서 백곰이란 놈이 올지도 모른다.
「폴러·바」의 개점이랄까 북극잔치는 이 여객선 전속악대의 「팡파르」로 막이 올랐는데 악사들은 외투를 입고 신나게 관악기들을 불어 대었으며 모든 관객들은 그 동안 사귄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칵테일·파티」를 벌였다. 독일사람들은 여전히 맥주를 마시는데 북극의 자연냉장고에서 식힌 독일맥주가 진짜 맛이 난다고 연방들 마셨다. 「유럽」사람들은 정말 인생을 즐길 줄 안다.
거나하게들 취하니까 남녀들이 끌어안고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어떤「유럽」여자가 용감하게도 나에게 「프로포즈」해오건만 필자는 깍듯한 예의를 지키며 춤보다는 자연을 더 감상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하면서 슬쩍 회피했다. 그러나 동양인이라곤 나 한 사람이니까 호기심을 품고 그러는지 다시 또 「프로포즈」해 왔다.
흡사 저 유명한「베버」의 「무도회에의 권유」란 음악 속의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필자는 또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여러 사람들이 「포크·댄스」인 「론도」(윤무)를 추자고 덥썩 팔을 끄는데는 할 수 없어 끌려갔다. 손을 잡고 빙빙 도는 춤인데 필자는 우리 나라 민속무용「강강수월래」가 문득 생각났다.
벌써 자정이 되었건만 밤이 없는 백야여서 해는 하늘가에서 비치고 있는데 20여m나 넘는 긴 그림자들이 드리워지는 것도 백야의 「무드」였다.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있을 때『추우신 분은 유일의 북극「호텔」로 모십니다』란 말이 「스피커」를 통하여 크게 울렸다.
이 선박회사에서 임시로 만든 것인데 「트레일러·박스」처럼 창문도 없이 만든 것인데 여성들만의 비용으로서 이 안에는 「스토브」를 때서 훈훈하며 구석에는 수세식인지는 모르나 의자식 변기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바깥의 아무 데서나 용변을 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북극 「호텔」이란 이름의 난방 겸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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