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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이 빛나는 청춘을 살아갔을 텐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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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젊은 연극인이 모여 만든 극단 ‘간다’의 창단 10주년 기념작품 중 하나인 ‘유도소년’. 경찬 역을 맡은 홍우진(오른쪽)과 민욱 역을 맡은 차용학. [사진 극단 간다]

언젠가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었던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 10주년을 맞았다.

 ‘간다’는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출신 20~30대 젊은 연극인이 모여 만든 극단이다.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그 자식 사랑했네’ ‘끝방’ 등 흥행성을 갖춘 재기발랄한 작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빚더미에 나앉기 일쑤인 극단을 10년째 유지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닌데 ‘10주년 퍼레이드’를 내놓으며 연극계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올초 올린 퍼레이드의 첫 작품 ‘올모스트 페인’은 전석 매진이었다.

 이들의 생존 비결은 어렵고 보기 힘든 연극이 아니라 쉽고 재밌는 연극을 만든다는 데 있다. 10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민준호·이재준 연출과 진선규·정선아·김지현·박민정 등 배우들의 합(合)도 좋다. 그래서 ‘간다’가 하면 믿고 본다는 연극팬이 적지 않다. 드라마 ‘넝굴째 굴러온 당신’으로 유명해진 배우 이희준도 ‘간다’ 멤버로, 그는 퍼레이드 두 번째 작품 ‘나와 할아버지’에 출연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세 번째 작품 ‘유도소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내용은 단순하다. 전도유망한 고등학생 유도 선수가 전국대회에 참여했다가 배드민턴 치는 여학생에게 반하는데, 이 여학생을 오래 전부터 흠모하던 국가대표 복싱선수와 대결하며 커나간다는 성장 드라마다. 배우들은 몇 달 동안 실제로 유도·배드민턴·복싱을 배웠다.

 운동만 한 사람은 처절하게 운동에만 매달려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일 터. 그 미묘한 관계가 종목들과 맞물려 절묘하게 돌아가는 과정이 재밌다. 또 TV브라운관이나 영화 스크린에서 얼굴을 알리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무대 위에 서야 하는 젊은 연극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청춘들의 치열한 이야기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진 건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배 안에서 그렇게 생을 마쳐야할 게 아니라 이렇게 열심히 사랑하고 운동하며 살아가야 하는 건데…. 관객 모두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객석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밤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대학로길을 무작정 걷고 싶었다. 6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02-762-0010

배우 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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