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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학교 주변의 술집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교적 가치규범이 사회의 지도관념이던 때만해도 학교주변이나 반촌은 말할 것도 없고 여염에서조차도 주점이나 청루는 없었을 뿐더러 저자마저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 우리 나라의 실정이었다.
주사나 홍등가는 물론 장사꾼의 가게까지도 교육적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양속을 해친다고 생각했기에 일정 지역에 몰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급격한 근대화·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어느덧 여염집과 주점 가·장터의 구별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 같은 잡거·혼재 현상은 언뜻 보기엔 생활의 편리화와 합리화를 가져온 듯 싶지만 사실은 이로 인해 말할 수 없는 부작용을 일상적으로 빚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9일 주거전용의 「아파트」지역 및 학교환경정화구역 안의 각종 불법·위법식품영업행위를 집중 단속키로 했다는 것도 바로 이런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서울시가 늦게나마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최근 「아파트」지역과 학교주변에 식품접객업소들이 즐비하고 무허가주점마저 제멋대로 늘어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교육적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계획한 외연적 팽창과 무질서한 개발로 수도 서울은 가뜩이나 학교지구·거주지구·상업지구·공업지구·유흥지구 등의 구획이 재대로 안되어 뒤범벅이 돼있는 데서 생겨나는 문제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다 불법·위법술집들이 주택가와 학교주변에까지 침투하여 독버섯처럼 피어나 밤낮으로 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으니 시민들은 꼼짝없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아파트」주변엔 「아파트」생활의 익명 성을 교묘히 이용, 은밀한 고급 「살롱」이 생겨나는가 하면 비밀요정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뿐만 아니라 「콜·걸」들이 그들의 조직망을 통한 유객으로 매춘행위를 하거나 외국인들의 현지처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탈선 적인 영업행위가「아파트」주민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안면을 방해하며 극도의 풍기 문란을 조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의 시정을 당국에 요구한 주민들의 잇단 진정사태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주택가나 학교주변은 더욱 소란하고 노골적이다. 유두분면의 아가씨들이 주택가에 바로 이웃한 술집에서 도발적인 몸가짐과 옷차림으로 늘어앉아 행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할 경우 마구 끌어당기거나 여의치 않을 땐 욕을 퍼붓고 행패 부리기 일쑤다.
미성년자나 심지어 학생까지 염치 불구하고 유인하여 술을 팔거나 음란한 수작을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 학교로부터 3백m 이내의 학교환경정화구역에서조차 이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을 무수히 볼 수 있으니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미칠 비교육적인 악영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시 당국은 구청·경찰·시교위 합동으로 주거전용「아파트」지역과 학교주변의 불법술집 등을 강력 단속한다고 하고있으나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두고 볼만한 일이다. 지금껏 여러 차례 그 같은 단속활동이 있었으나 얼마 안가 흐지부지돼버려 주택가나 학교주변의 「술집공해」는 더욱 극성을 부려 갖가지 비행과 범죄의 소굴처럼 되고있기 때문이다.
시 당국은 이번만은 지속적인 단간으로 교육적 분위기와 건강한 시민생활의「모럴」을 해치고 사회도의를 타락시키는 술집공해를 단연코 추방하여야한다. 이와 함께 불법 술집경영자와 밤 아가씨들이 그 세계에서 발을 씻고 생산적이고 자기계발이 가능한 업종에로의 전직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보도활동도 병행하여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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