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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소외감을 유발하는 갱년기 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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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문화는 젊음의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피드」가 빠르고 「스포츠」를 즐기고 「섹스」중심적이다.
이 같은 현대문화의 특성은 갱년기 장애환자의 발생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정신과를 찾는 중·노년기의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노동두 박사(노동두 신경정신과 병원 원장)의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2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사춘기가 그렇고 갱년기가 그렇다. 두 가지 변화가 다 젊음과 관련된 몸부림으로 자칫 자기 파괴적이나 자기해체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갱년기라는 것은 여성의 경우 45세를, 남성의 경우 50세를 전후로 한 정신·신체 및 사회적인 급변을 초래하는 기간이다.
정신적으로는 소외나 고립감을 느끼기 쉽고 자기 존엄성을 상실하기 쉽다고 노 박사는 지적한다.
성장한 자녀들이 결혼으로 분가하는가 하면 주위 친구들이 하나 둘씩 병으로, 또는 사고로 타계하는 예가 늘어 자기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정년 퇴직을 한다든지 경쟁에서 자칫 밀려날 우려가 높아진다. 새롭고 젊은 사람들에 의해 무형의 압력을 받는다.
신체적인 변화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섹스」기능. 성선의 활동성은 위축되는데 성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강해지는 불균형이 나타나기 때문에 심각한 갈등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노 박사는 설명한다. 생각에 몸이 따라가질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것은 「섹스」추구를 위한 것이나 「섹스」를 자극하는 요소가 너무나 범람하고 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의지와는 관계없는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갱년기 장애와 심신증이라는 노 박사의 설명이다.
공연히 우울해진다. 때로는 너무나 울적한 기분을 이가지 못해 자살까지 하는 심각한 경우도 있다.
무기력해지고 탈력감을 느낀다. 못 견딜 만큼의 권태감에 빠지기도 한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극심한 불면증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쉽다. 막연히 불안하고 초조하다.
가슴이 뛰는가 하면 얼굴이 자주 화끈거린다 소화가 잘 안되고 설사·변비가 교대되기도 한다. 이른바 자율신경 실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갱년기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개 계획대로 일을 하고 지나치게 꼼꼼하며. 일이 완벽하고 완전한 것을 기대하는 성격의 소유자에게 갱년기 장애는 흔하다는 노 박사의 임상 경험이다.
증상이 복잡 다양하기 때문에 내과나 산부인과를 찾는 예가 흔하나 갱년기 장애와 심신증을 치료하기 의해서는 정신과의사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고 노 박사는 강조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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