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선사상은 내 연극의 골격|방한중인 프랑스 극작가「이오네스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양의 넓고 깊은 정신적 문화는「유럽」보다 몇 세기나 앞서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간에게는 어떤 것보다 지혜가 중요하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민족은 훌륭한 민족이 될 것이다.』
방한중인「프랑스」의 극작가「으젠·이오네스코」(65)는 19일 상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작품들은 이러한 동양사상, 특히 선사상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무의미하고 부조리한 세계에 살면서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웃어 버리는 것은 바로 선사들의 깨달음과 같다는 것으로 다만 그는 극작가이기 때문에「파르스」(소극)로 표현한다고 했다. 나의 첫 작품인『대머리 여가수』는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나의 형이상학적 갈망을 즉흥적인 언어의 해체와 폭발을 통해 독자들에게「쇼크」를 주려한 것이다. 처음 이 작품을 대한 독자들은 권태로움을 느꼈겠지만 숨겨진 사실을 깨달으려고 노력했다면 곧 좋아졌을 것이다.』
그는 전체주의를 비판한『코뿔소』나 일상생활의 무의미성을 다룬『아??데』등 그의 나머지 작품들은『대머리 여가수』에 비해 철학적 가치가 덜한 편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모든 문학이나 예술은「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되어야한다』고 강조한 그는『「이데올로기」의 노예는 세상사람들이 이미 다 아는 사실을 반복할 따름』이라며『가장 자유롭고 유일한 표현방식을 통해서 작가의 세계관을 그릴 때에만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규」등「루마니아」작가보다「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새뮤얼·베케트」나「장·주네」등과 함께 1950년대에「누보·데아트르」(반 연극)를 시도했을 때에는 기성의 사실주의 작가들을 비난하고 멸시했으나 요즈음은 차츰 그러한 비평이 스스로들에게도 일고 있다고 밝혔다.
「샤머니즘」이나 가면극 등에 큰 관심을 나타내온「이오네스코」는『가면극은 본래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나 종래의 고전주의나 자연·사실주의에서 포기되어 버렸다』고 꼬집고『가면은 개인심리의 원형을 훌륭히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대에서「브레히트」등 표현주의 예술가들에서 계속 발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