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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경제」의 꿈을 포기 다국적기업에 눈 돌리는 소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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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에서 비대해진 서방기업이 이익추구를 위해 해외로 손을 뻗어 다국적 기업화하는 것과 흡사하게 공산국가 소련에도 다국적 기업화의 움직임이 있다. 지금소련은 서「유럽」·중동·「아시아」에 은행망을 확장하고 EEC국가에 보험회사·시설임대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전세계로 해운망을 확장하는 소련의 해운선단과 화물취급회사도 12개쯤 있다. 또 석유·목재 등의 원료를 수출하고「트랙터」·자동차 등 공업제품을 사들이는 회사가 20개 이상이다. 소련은 이런 회사를 자본주의국가 안에 설치하고 현지인 사원을 두어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소련은 이 같은 이익지향의 회사를 이용하여 무엇을 하고자하는 것인가?
첫째 서방측에서 수입하는 기계·기술·식량 등의 대금을 결제할 외화를 획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장기적인 목표로서 아직 불명확한 것이지만「브레즈네프」정권이 수십 년에 걸쳐 부동의 원칙으로 간주해온「자급자족경제」의 꿈을 버리겠다는 중대한 결정과 관련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소련의 수입은 외상거래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련은 현금으로 지불할 만큼의 외화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련의 대외채무는 증가하여 약 1백5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그 해결 수단으로 서방세계에 이윤 지향적인 기업을 설치한 것이다.
소련은행은 중·장기자본의 조달을 담당하고 있다.
대외무역이 증가하자「런던」「파리」에 있는 기존은행 외에「취리히」「프랑크푸르트」 「빈」「룩셈부르크」에 4개의 은행을 증설했다. 이 은행은 소련의 원료수출 창구인 석유등의 판매대리점에 대한 금융업무를 담당한다.
소련의 대 서방 수출은 73∼75년에 89%나 신장했다. 그 결과 가장 성공한 것이 해운이다.
소련의 현대적인 고속화물선단은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의 주요항로에 빠짐없이 취항하고 있다. 76년 미국과「홍콩」간의 해상화물 10%는 소련선박이 담당했다.
소련이 장기적으로 기대를 걸고있는 것은 공업제품을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새로운 회사들. 이 회사들의 역할은 공업제품의 대규모 수출을 위한 시장개발이다. 영국에 있는「테크니컬·앤드·옵티컬」회사는 74년에「텔리비전」37만대·자전거 79만대·「카메라」94만개·「라디오」1백30만개·시계 1천5백70만개를 수출했다.
이런 것을 서방측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 싸기 때문이지 기술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련의 공작기계·농업기계는 서방측보다 20∼50%싸고「컴프레서」도 40∼50%나 싸다.
그런데 만약 소련이 서방측에 대해 항구적인 공업제품 수출국으로 성공하려면 자본주의 체제와의 연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작년 2월 당 대회에서「코시긴」수상은 수출부문을 국방부문과 갑이 별도로 특별취급하자고 제창했다. 자본·인력에 최우선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방부문으로부터 강경한 반발을 받을 것이다.
또 수출부문을 강화하면 여기에 종사하는 간부들은 서방측의 복장·대화에서 사고방식까지 닮을 우려가 있다. 자유세계와의 접촉으로 인해「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 소련지도자들은 항상 겁을 내왔다. 따라서 소련지도자들이 무역에 수반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지는 못할 가능성이 많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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