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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남침 위협 시인하면서도 미군철수|49년 비밀 외교문서 미 국무성 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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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미 국무성은 1949년도의 외교기밀 문서를 담은『미국의 대외관계-l949』7권 2부(극동 및 호주)를 16일 하오 발표했다.
28년만에 공식 발표된 이 기밀문서는 총 1천2백20「페이지」이며 그 가운데 한일관계부분 6백20「페이지」도 포함돼 있다.
이 문서는 당시 한국이 국방태세가 미약하고 미군이 철수하면 북괴가 전면남침 정부를 전복할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정부가 미국진주군의 철수를 반대했을 때 미국정부는 한국측 주장을 시인하면서도 북괴에서의 소련군 철수에 대응하여 미군도 철수해야한다는 소련의 요구에 굴복, 남한에서 철군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중공의 중원 점령작전과 주한미군의 철수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작성된 이 문서들은 미군의 일본통치, 주한미군의 철수 및 대한군사경제원조, 동아지역 반공동맹기구 창설 움직임 등에 관한 미 국무성의 공식 외교기록들로 되어있다. <관계기사 3면>
국무성 공보국 역사실이 발표한 이 문서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군철수에 대한 한국의 반응=미국의 철군통고를 받은 한국정보는 크게 경악, 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고「필리핀」을 통해 외교압력을 가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임병직 외무장관은 미국이 자유중국정부를 바닷 속에 처넣고 이제 다시 한국을 같은 길로 몰아넣고 있다고 공격했다. 「무초」대사는 한국정부의 불평은 공포에 가까운 위기감과 같았으며 이런 위기의식은 일반대중에까지 파급된 것 같다고 논평했다.
▲제주도의 국부공군 기지화문제=장개석 자유중국 총통은 산동 반도와 그 주변의 철도폭격을 위해 제주도를 국부군의 공군발진기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정부에 요청했으나 한국은 제주도가 기지화 됐을 때 이를 방위할 능력이 없다는 점과 중공과의 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여 이를 거절했다.
▲태평양 반공기구 설치안=장개석 총통이 한국·대만·「필리핀」이 핵심이 된 평양반공동맹기구 창설을 제안하고「퀴리노」「필리핀」대통령이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당시 이승만대통령은 이에 개입치 말아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를 거부, 결국 유산됐다.
▲미 합참의 한반도전략 가치평가=합참은 북괴가 한국을 전면 남침할 경우 한국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 가치가 없으므로 미군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보고서를 작성, 「트루먼」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소련이 한국에 간첩파견=소련 첩자들이 북한에서 소형어선을 타고 제주도에 큰 어려움 없이 침투했다. 신성모 국방장관은 제주도에 소련의 선박과 잠수함이 끊임없이 출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에 지하「게릴라」를 조직하는 문제=미 육군성은 1949년의 주한미군 철수 당시 미군철수에 뒤이어 북괴의 가상적인 전면적 대남 침공에 대처하기 위한 가능한 행동계획의 일환으로 북한 안에 지하기동부대를 조직하고 남한의 미군을 재편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이 문서는 북한 안에 지하기동「게릴라」부대를 조직하는 계획에 관해『북한 내의 지하조직은 반정활동을 통해 북괴의 남침을 방지하고 북괴군의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고 이 계획은『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는 도박』이라고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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