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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 의원들의 시찰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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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개 팀 백65명이 다녀와>
정기 국회 폐회 이후 국회 문은 닫혀진 채 9일 현재 재적 2백13명 중 무려 1백65명의 여야 의원이 외유에 나선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개인 여행을 제외한 단체 출국만 봐도 △예결 △재무 △건설 △문공위와 △법사 △상공 △보사위의 각 2「팀」, △IPU △APU △한일의원연맹 △정일권 의장반 △김종필 특사반 △참전 의원단 △대변인단 △자유중국 친선 방문단 △이철승 신민당 대표 일행 등 약 20개「팀」.
각 교섭 단체별 외유 의원 수를 보면 △공화=52 (69) △유정=50 (73) △신민=47 (55) △무소속=16 (16)명-.
시찰 보고서를 내놓는 관례에 따라 재무·예결위 등은 이미 1백「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건설위도 「대외비」로 16개항의 건의 사항을 21개 기관에 전달하는 등 『놀고 오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경쟁적으로 제출하는 상태.

<동 업종의 임금 격차 크다>
22일간 중동과 「유럽」을 돌아본 보사위「팀」은 건설 업체의 경우 『업체간 임금 격차와 노무 관리가 가장 문제였다』고 지적.
김윤덕 의원 (신민)은 중동 진출 건설 업체의 경우 직종간 및 회사간의 임금 격차가 노무자들의 가장 큰 불만 요인이 되어 있고 이 때문에 H회사 같은 경우 폭발이 된 일도 있다며 『문제가 생긴 뒤 수습을 서두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노무 관리를 지양하라』고 촉구.
박귀수 의원 (무소속)은 특히 중동 회교국의 경우 술·여자·오락 등이 여의치 못해 애로가 많은 것 같다며 빈번한 연예단 파견을 역설.
길전식 공화당 사무총장, 이승복·윤여훈 의원 등도 같은 한국 회사간에 임금 차가 2배나 되는 경우도 있어 적은 쪽 노무자들의 가장 큰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
일부 회사가 힘깨나 쓰는 사원을 다수 파견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하지만 중동 고속도로 운행 차량의 60%가 한국인 운전사라는 점, 고속도로 표식판이 한글로 돼 있다는 점 등 긍정적인 면도 크다는 평가.
문부식 의원 (건설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개월 걸리는 창고 건설을 한국인들이 29일만에 해치우자 공산권인 「이라크」에서마저 발주를 해와 오히려 골치를 앓고 있더라』고 한국인 근로자 성실성의 실례를 재시.

<노무자 폭언 현지서 시정>
무역 진흥 현황 파악이란 명목을 달고 「유럽」을 순방한 상공위는 각 사가 지나친 「덤핑」을 하게되고 한국 회사끼리 과당 경쟁을 벌이는 일이 많아 작년에 24「달러」하던 전자시계가 8「달러」에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젯점으로 거론.
상공위는 이밖에도 △수출 상품 고급화를 위해 일부 금수품을 해제하여 자극을 줄 것 △독·불어 등 제2외국어를 고교 때부터 강화할 것 △해외 주재관·「세일즈맨」에게 교제비를 충분히 지급토록 할 것 등을 건의.
법사위의 동남아 반도 귀국 후 형기 중 의무 교육 과정 이수를 주장. 전과자에 대한 공무원 임용 허용 (자유중국)·소내 흡연 허용 (태국) 등의 예도 참고 자료로 내놓았다.
중동 지역을 순방한 건설위는 업체의 암투와 과당 경쟁을 건설부의 조정에 의해 없애도록 정부에 요구했고 현지의 강제 보험 가임을 완화토록 설득한 것을 의원 외교의 공으로 자평.

<헐값 응찰…2천만불 손실>
외유를 하고 오면 개인 건의도 많아 김윤덕 의원 (신민)은 서독 파견 광부와 간호원들의 경우 혼기에 있는 남녀들의 결혼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이들이 본국에 나와 결혼하고도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결혼 문제로 비관 자살하는 일이 있더라고 소개.
중동을 다녀온 문부식 의원은 H건설과 M건설이 3천6백만「달러」짜리 공사를 놓고 경쟁하다가 H건설이 1천6백만「달러」로 헐값 응찰하는 통에 2천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지적하면서 현지 대사관이 이런 과당 경쟁을 상세히 조사해서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
영·불·이등 「유럽」을 다녀온 최형우 의원은 『우리 상품과 북괴의 질 나쁜 상품이 같이 「코리아」 (KOREA)라고만 표시 돼 있어 혼동이 된다』면서 『우리 상품은 「서울·코리아」「부산·코리아」 등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의.
부가가치세제 실시 현황을 보기 위해 「유럽」을 여행한 이중재 의원 (신민)은 『독일에서는 법을 통과시켜놓고도 그 실시를 위해 7년 동안이나 다각적으로 문젯점을 검토하며 준비했다』며 우리 나라에서의 부가가치세 실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
자유중국의 행형 제도를 칭찬한 김인기 의원은 자유중국의 재 범율은 겨우 0·8%라며『40%나 되는 우리 나라 재 범율을 물을 땐 어물어물해 버렸다』고 야당답게 가시 돋친 실토.

<엉뚱한 풍설로 곤혹 치러>
외유가 엉뚱한 풍설을 몰고 와 당사자들을 곤혹 시키는 일도 없지 않다.
김종필 대통령 특사 일행이 남미를 돌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일본 「요미우리지」 (독매) 신문 (3월30일자 석간)이 『한국의 대미 공작 기지를 재건하기 위해 김종필 전 총리가 지난3월24일부터 26일 사이 은밀히 미국에 갔다』『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가 비밀회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허위 보도한 사실이 단적인 예. 이 신문은 지난 6일 사실이 아니라고 전문 취소.
오정근 의원 (유정)은 뇌물 공여를 보도한 「워싱턴·스타」지를 상대로 5백만「달러」(25억원)의 손해 배상을 서울 민사 지법에 냈고 이 신문은 지난 2일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정정.
신민당 김영삼 의원도 미 「디프로매트·내셔널」 은행장으로 있는 매제 「찰즈·김」 (김창원) 박사에게 현금 2만 「달러」(1천만원)를 주었다는 4일자 「워싱턴·포스트」지 보도를 부인, 사과 요구 전문을 발송.

<금기처럼 돼 버린 「방미」>
이런 이유 때문인지 외유는 많아도 미국 행은 눈에 띄지 않는게 예년과 다른 특징. 박동선 사건 이후 한국 의원의 방미는 금기처럼 돼버려 늘어난게 「유럽」행.
지난주 김탁하 의원 (무)이 외유 신청을 제출했을 때 김용태 운영위원장은 그의 목적지가 미국인데 대해 일단 재고를 본인에게 요청했고 특히 30만원이나 들인 「닉슨」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휴대, 전달하겠다는데는 더욱 아연.
김 위원장도 하는 수 없어 도장은 찍었으나 『저쪽에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고 푸념.
푸짐한 외유에 비해 「내실」이 있었느냐는 평가가 갈리지만 국회 문을 닫아둔 외유「붐」은 선과 후가 뒤바뀐 느낌이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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