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랑 레퍼터리 극단 미국 공연 일본의 「가무지」 꺾은 쾌거|재미 한국 연극인 김승규씨|중앙일보사에 감사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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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멸 태자』와 『태』의 공연으로 미국 「매스컴」들의 격찬을 받았던 동낭 「레퍼터리」 극단의 미국 공연은 많은 재미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고 문화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높여주기도 했다.
73년 도미한 재미 연극인인 극작가 김승규씨 (53)는 최근 본사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고 미국 공연에 대한 소식과 함께 본사가 동낭 「레퍼터리」 극단의 세계 순회 연극 공연을 주최한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다음은 김씨의 특별 기고-. 「셰익스피어」작 『하멸 태자』 (안민수 번안)와 오태석 작『태』가 안민수씨의 뛰어난 연출 감각에 의해 이곳 「미니애플리스」시의 「워커·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뜻깊은 행사였다. 먼저 동낭 「레퍼터리」 극단과 동 극단의 세계 순회 연극 공연에 뒷바라지를 해준 중앙일보·동양방송 측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한정된 인원으로 공연하느라 l인 2역, 3역의 노고를 치르면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연기를 보여준 출연진과 뛰어난 기량으로 『우리의 전통』을 잘 살린 「스탭」들은 관객들로부터 기립 박수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국 연극 운운하면 『한국에도 연극이 있느냐』고 의아함을 나타내기 일쑤인 이곳 미국인들에게 살아서 꿈틀대는 「우리의 것」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것은 처음 맛보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셰익스피어」를 우리의 언어, 우리의 동작뿐 아니라 탈춤과 대금 퉁소 꽹과리 등 고유의 음악으로 극에 생명을 불어넣어 생동케 함으로써 인류의 자주성을 관객들로 하여금 확인케 한 것은 우수한 문화 민족으로서 우리가 베풀어 준 하나의 「교육」이기도 했다.
걸핏하면 내외 자금을 동원해 미국으로 뛰어드는 일본의 「가부끼」 (가무기)나 「노오」(능)만을 눈에 익혀왔던 이곳 관객들에게 동 극단의 공연은 그야말로 예기치 못했던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하멸 태자』를 보고 말로만 들어오던 「디오니소스」를 위한 근원 회귀적 연극제의 편모를 엿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 약력>
▲1924년 황해도 안악 출생 ▲전 전남대 교수 (영문학) ▲광주시의 극단 『이원』 고문 역임 ▲대표작 『동굴』 (68년), 『잉태의 영광』 (69년), 「의장 김덕령』 (70년) 등 다수.
▲현주소 2055 Knapp A-ve. E-3 Paul, Minereso-ta 55108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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